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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아프니 갈 곳이 없다" 주거 사각지대 갇힌 중산층[시니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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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건강상태 中, 경제수준 中' 나는 어디로

'건강 나쁨' 노인 위한 요양시설은 많아
경제력 뛰어나거나 떨어져도 선택지 있어

한국 중산층 노인들은 주거 사각지대
일본은 세제·대출 혜택 줘 중산층 노인주택 대중화

"적당히 아프니 갈 곳이 없다" 주거 사각지대 갇힌 중산층[시니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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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시장에서 리어카 끌고 과일이랑 야채 팔러 다녔어. 돈 모아서 트럭을 한 대 산 다음에는 그걸로 장사했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 7시만 되면 끌고 나갔어. 그걸로 네 남매 키워 시집 장가 다 보냈으면 됐지, 안 그래? 그런데 이제 남들 다 가보는 해외여행 한 번 가볼까, 한숨 돌리려고 하는데 위암이라 하더라고. 2년 전 건강검진 때 알았어. 다행히 초기라 수술받고 나아져서 일상생활엔 지장이 없지만 지난해 애들 아빠 먼저 보내고 혼자 집에 있기가 더 버거워졌어. 부실하게 먹다가 암이 재발이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지금 벌이? 없지. 그래도 네 남매한테 용돈만 월 100만원 정도 받아. 연금은 60만원 정도 들어오고. 나 같은 사람이 들어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없을까?"(차복희 할머니·76·경기도 파주)


차 할머니처럼 ‘건강 상태 보통·경제력 중위권’인 노인들이 지낼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다. 종일 누워만 있어야 하거나 치매에 걸린 ‘건강 나쁨’에 속한 노인들은 오히려 형편에 맞게 골라 갈 수 있을 만큼 전국 각지에 요양시설이 많다. 경제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고령자복지주택) 아주 뛰어나도(초고가 노인복지주택) 선택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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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18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에는 경제력 있는 중산층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주택’은 필수적인 도움만 주는 대신 월세를 낮춰 중산층 어르신들을 껴안았다. 일본은 75세 이상 후기고령자가 쏟아지자 2011년 ‘고령자 주거지원법’을 전면 개정했다. 민간기업들이 노인주택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세금을 깎아주고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해줬다.


그때부터 중산층 노인들이 매달 받는 평균 연금 소득으로 들어가 살 수 있는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이 대중화됐다. 건강 상태에 따라 서비스 수준을 다르게 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도 했다. 거동이 가능한 노인이 식사·안부 확인·생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일반형’, 혼자 못 움직이는 노인을 대상으로 목욕이나 재활훈련까지 더해주는 ‘개호형(요양형)’으로 나뉜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한국은 일본과 달리 노인주거정책 대상자 범위를 표로 그려보면 정책적 공백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건강상태 중, 경제수준 중’인 고령자를 위한 주거 유형이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노인주거시장에서도 일본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과 같은 시설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연구원 조사(2020년·55~74세·4000명 대상)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됐을 때 거주 희망 장소로 집(48%)보다는 요양시설(52%)을 선택했다. 특히 요양시설 중 ‘노인주택’을 고른 응답자들은 ‘노후의 월 생활비로 비용부담이 가능한 곳(31%)’ ‘상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곳(20%)’ 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대답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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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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