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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10년후 '만통세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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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이 나오면서 여러 상상을 해봤다. 우리 아들 또래의 친구들이 십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말이다. 나는 십년 후의 어느날 그들 중 한명을 만나봤다.
 
나는 '만통세대'중의 한 사람입니다.다들 그렇게 부릅니다.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독립했어요. 만통세대는 '만능통장세대'의 줄임말이죠. 그래서 언론은 종종 우리를 선배세대들과 비교하곤 합니다. 우리 앞에 '6.3세대', '386세대', '촛불세대' 등 다양한 세대들이 있죠. 우리는 그들과 전혀 다른 족속으로 운위되지만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나는 지금 오랫동안 사귀어온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결혼할 생각은 없고요. 지난해 강남역 인근에 구입한 50㎡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에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집은 십년전 부모님이 들어준 만능통장으로 최근 구입했습니다.내 여자 친구도 인근에 집 한채를 가지고 있어요. 종종 우리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떨어져 있기도 하고요.
 
만능통장은 중학교 2학년 때 가입했습니다. 부모님은 , 중학교 2년,고등학교 3년, 대학 4년, 군 생활 2년동안 차근히 관리해줬습니다. 덕분에 나는 졸업할 때는 좀 묵직한 만능통장을 가질 수 있었죠.
 
당시가 생각납니다. 어느날 어머니는 퇴근한 아버지에게 얘기했습니다.
 
"만능통장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데 애 이름으로 신청했어요. 매달 50만원씩 불입하는데 나중에 따로 재산을 물려주지 않아도 집 장만해 독립할 수도 있고, 증여하는데도 세금도 없어 간편해서..."
 
아버지는 어머니 말에 매우 흡족스러워 했습니다.
 
나는 직장을 갖자 마자 은행에서 만능통장을 담보로 5000만원을 대출 받았습니다. 나는 그 돈으로 로봇 개발이 한창인 L전자 주식에 올인해 '대박'을 쳤습니다. 만능통장은 내겐 '종잣돈'이 된 셈이다. 그렇게 얻은 수익과 통장을 가지고 독립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주변에는 나같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내 여자친구도 그렇습니다. 친구들 중에는 만능통장으로 대출 받아 대학 때부터 재테크에 나섰다가 손해를 크게 본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만능통장 열풍이 거세다. 만능통장의 등장은 전 국민을 주택수요자화시킬 공산이 크다. 그야말로 초등학생마저 청약시장에 줄세우기한 셈이다. 가입자가 1000만명을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여 수단으로 가입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어린 자녀들 명의로 가입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부류다.
 
10년 후 만능통장에 가입한 어린 자녀들은 독립할 때쯤 상당한 현금보유자들이 돼 있을 것이다. 이런 전망은 지금 부모들인 우리가 독립할 당시 특별한 현금이 없었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 중에는 만능통장을 이용, 성인이 되기전에 집을 장만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즉 말하자면 이들은 소비와 문화, 재테크 등 경제생활에서 우리와는 큰 차이를 갖게 된다.
 
그래서 통장이 갖는 함의는 매우 폭 넓다. 이번 만능통장은 단순히 새로운 청약 질서청약체계 개편이라는 문제를 넘어 가족 내 재산 배분, 증여 방식에도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는 부모 세대들의 노후 문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능통장 하나 물려주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것으로 보면 그 부분은 좀 명확해진다.
 
정말 '만통세대'가 형성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곳곳에서 다양한 변화가 감지된다. 만약 그 변화가 주택시장의 청약체계를 개편하게 된다면 그건 순전히 'MB정부'의 산물이다.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상당히 맞아떨어지는 수단이 바로 '만능통장'이다.
 
따라서 만능통장의 성공은 변화에 맞는 주택 유형의 공급이 병행돼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규성 건설부동산부 부장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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