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앞으로의 의료대란 상황’ 전망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회의감에 빠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노 전 회장은 30일 페이스북에 '의료대란, 앞으로의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 법적으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전공의들의 대량 사직을 일종의 파업으로 보고 강제 수단을 동원했지만, 전공의들은 실제로 사직 의사를 갖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필정패(필수의료정책패키지)가 실현될 경우 마주하게 될 의료제도 아래에서는 의사를 하는 것이 무가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또 "정부는 여러 언론을 통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의사가 부족하다는 여론을 만들어냈다"고 분개하면서 "대통령실은 정치적 목적으로 의대 증원 카드를 꺼내 들었고, 정부는 의대 증원의 명분을 만들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의대 증원을 외쳐온 좌파학자와 언론을 동원해 여론을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의대 증원이 의료접근성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런 믿음은 의사들의 저항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으로 생각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봤다. "여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작한 의사의 악마화 작업은 의사들의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며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이 대량사직으로 이어지게 된 배경에는 이 '의사의 악마화 작업'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대란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짧은 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정치적 운명이 달린 대통령과 의료의 가치를 지키려는 의사의 사명이 충돌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조기 타결의 전망을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의대 정원 이슈로 발표 초기 잠시 올라갔던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상승도 크게 꺾여 빠르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참패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처럼 사태가 해결되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못 박으면서 "'의사의 악마화' 작업이 국민에게 손쉽게 먹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의사들에게 의업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감을 안겨주었다"고 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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