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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高분양가 직격탄…서울 한복판 '유령 상가' 전락한 단지 내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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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상가
입주 1년됐지만 빈 점포 수두룩
고금리에 임차 수요 감소 탓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단지 1층 텅 빈 상가 출입문에 입점 독려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단지 1층 텅 빈 상가 출입문에 입점 독려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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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서울 시내 중심이라지만 임대료가 이렇게 비싸면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어요."


지난 15일 찾은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단지 내 상가 1층은 점심시간임에도 행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입주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아파트 상가인데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생활 필수 업종인 편의점만 한쪽에 입점한 가운데 그 옆 상가의 문 앞에는 ‘무인점포’, ‘분식점’ 등 입점을 독려하는 추천업종 현수막이 애처롭게 매달려 있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최근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으로 분양가가 치솟은 데다, 고금리에 따른 상가 수요 감소 여파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단지 1층에 텅 빈 상가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단지 1층에 텅 빈 상가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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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초고가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도 현재 162개 점포(일반분양 기준) 가운데 20여개가 공실로 남아 있다. 이 아파트의 상가는 서울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9호선 신반포역에서 모두 가까운 더블 역세권으로 분양 당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최종 계약률은 60%에 그쳤다.


총 9510가구에 달하는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입주 5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실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단지 내 상가 B동은 A동 대비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동 인구가 적어 공실이 여전히 많다"면서 "일부 점포는 월 60만~80만원까지 임대료가 하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단지 입주민 수요에 힘입어 벌써 입점해야 할 상가들이 텅 비게 된 것은 고분양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 분양가는 전용 3.3㎡(1평)당 최대 1억1000만원에 달했고 헬리오시티 상가도 평당 최대 1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분양가가 높으면 임대인 찾기가 어려워진다. 임대료를 많이 받으려는 수분양자와 싸게 입주하고 싶은 임차인 사이에 간극을 좁힐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높고 경기도 안 좋으니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고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없다"며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대료를 깎아주느니 차라리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공실로 남겨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도 임차인에겐 부담 요인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는 2021년 12월 연 2.7~4.2%에서 지난해 12월 연 5.2~6.2%로 1년 새 2%포인트 이상 올랐다. 물적담보대출 금리 역시 같은 기간 연 3%대에서 연 5%대로 급등했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공사비가 30%가량 오르면서 분양가도 점차 높아졌지만 입주민들의 단지 상가 이용 빈도 감소로 수익성은 매우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상가가 과잉 공급된 단지를 중심으로 공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상가·오피스 투자수익률은 2022년 3분기 1.39%에서 지난해 3분기 0.84%로 1년 새 0.55%포인트 감소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아파트 내 상가 수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가는 최소화하고 아파트 분양으로 최대한 마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상가 미분양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다 보니 시행사에 애초 설계할 때부터 상가를 줄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선 대표도 "소비자가 외부에서 유입되지 못하고 아파트 입주민에 국한된 단지의 경우 상가 규모나 개수를 줄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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