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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패러독스]가뜩이나 물 부족한데…AI 때문에 세계 곳곳서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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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에 데이터센터 증가→냉각수 수요 ↑
美·우루과이·스페인 등서 빅테크-지역사회 충돌
지속가능 방안 마련한다지만 아직 해결책 無

인공지능(AI) 열풍이 세계 곳곳에서 ‘물 전쟁’을 촉발하고 있다. 기후 변화 여파로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활용이 확대돼 냉각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AI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물을 둘러싼 빅테크 기업과 지역 사회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AI패러독스]가뜩이나 물 부족한데…AI 때문에 세계 곳곳서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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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 가뭄’에 식수도 없는데 냉각수를?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서부 지역과 유럽의 스페인, 네덜란드, 중남미의 칠레, 우루과이 등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과 지역 사회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대기업이 주요 시설을 세우면 그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는 등 경제가 살아난다는 점에서 이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센터라는 시설 특성상 물 부족이라는 큰 부작용이 일어 이러한 갈등이 벌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우루과이에서는 구글의 남부 칸넬로니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이 논란이 됐다. 70여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지난 4월부터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우루과이에 하루 냉각수만 769만 리터(ℓ)를 사용하는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우루과이에서는 대중적인 분노가 커졌고, 현지 정부는 구글이 데이터센터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중서부 소도시인 탈라베라데라레이나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다. 1년 이상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플랫폼이 10억유로(약 1조4500억원)를 투입해 현지에 데이터센터를 설립, 연간 6억6500만ℓ 규모의 냉각수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지역 정부가 주민들에 정원에 물도 주지 말고 밤에는 수도꼭지를 꼭 잠그라고 요구할 정도로 물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현지 농민을 중심으로 메타의 데이터센터 설립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한 스타트업의 데이터센터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한 스타트업의 데이터센터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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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가 용수 사용량이 워낙 크다 보니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AI랑 대화하면 냉각수 투입…연간 3억갤런 소비

AI 가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물이 필요하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냉각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서버가 가동되는 과정에서 많은 열이 발생한다. 현재의 데이터센터는 별도로 냉각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이를 물로 계속 식혀주지 않으면 서버가 과열돼 고장 나거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경우 하루에 100만~500만 갤런의 물을 소비한다.


냉각수는 AI를 사용하는 과정 내내 들어가게 된다. 샤오레이 렌 UC리버사이드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미국 데이터센터에서 GPT-3를 교육하는 데만 한 달에 70만여ℓ의 냉각수가 사용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생성형 AI인 챗GPT가 사용자와 20~50개 정도의 짧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물의 양은 500 밀리리터(㎖)라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챗GPT를 비롯해 각종 AI가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에 들어오면서 용수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우선 이러한 수요에 맞춰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자문회사 CBRE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주요 시장에서 구축하려는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 규모는 7242메가와트(㎿)로 2020년 말 대비 158% 증가했다.


용수 증가는 불가피하다.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용수 소비량은 지난해 2억9220만갤런으로 집계된다. 시장조사기관 블루필드리서치는 이러한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용수 규모가 올해 중 3억갤런을 넘어서고 이후에도 빠르게 늘어 2028년에는 4억갤런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미국 유타에 건설 중이던 당시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미국 유타에 건설 중이던 당시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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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열풍에 직접 뛰어든 빅테크 기업 중 대표 주자인 구글만 봐도 이러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구글이 지난달 발표한 ‘2023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물 사용량은 전년 대비 20% 급증한 56억갤런이었다. 그중 93%는 데이터센터 냉각수로 사용됐다. 구글뿐 아니라 메타도 2021년 데이터센터에 13억3000만갤런의 냉각수를 투입했다.

◆ 빅테크 "해결책 고민"…물 소비량 공개는 ‘신중’

빅테크 기업은 물 부족과 기후 변화라는 세계적인 문제를 이해한다며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글은 2030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물의 120% 수준을 다시 보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다만 지난해 기준으로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물의 6%만을 되돌려뒀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MS는 2021년 애리조나 데이터센터에서 물 대신 외부 공기를 활용한 ‘제로 워터’ 냉각 방식을 도입했지만, 주변 기온이 일정 수준 아래여야 사용 가능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이 물 소비량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냉각수 사용량 등을 통해 경쟁사에 내부 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역 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컨설팅 업체인 업타임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중 물 사용량을 추적하고 있는 곳은 지난해 기준 39%로 전년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구글은 미국 오리건주 더댈러스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사용하는 물 사용량 정보 공개와 관련한 법적 분쟁에도 시달린 적 있다. 한 지역 매체가 댈러스시에 구글의 물 사용량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는데 시가 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해 13개월간 소송이 진행됐고, 결국 시가 이를 포기하면서 정보를 공개하며 사안이 마무리됐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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