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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 비아그라는 슈퍼히어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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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아그라에 관한 뉴스가 치매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복제약이 허용되어 수많은 종류의 약이 시판되고 있지만 여전히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비아그라가 알츠하이머 발병을 막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다. 얼마쯤으로 예상하시는지? 5%? 10%? 놀랍게도 70%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관심 있는 분들은 ‘비아그라 치매’를 검색하면 쉽게 뉴스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고,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 클리블랜드병원 게놈 의학연구소에서 미국인 700만 명 이상의 6년 치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 복용자는 복용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69% 낮게 나왔단다. 물론 조사의 한계는 명확하다. 임상실험 없이 어디까지나 데이터로 추정해본 결과일 뿐이다. 그래도 꽤나 신빙성 있는 학술지에 발표되어 주목을 끌었고 임상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임상실험에서도 이런 효과가 입증되어 약으로 만들어진다면? 비아그라는 허리띠 아래를 구한데 그치지 않고 넥타이 위까지 구한 슈퍼 히어로로 역사에 기록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식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약 개발 루트가 원천적으로 막혀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데이터가 그 방대함과 체계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어긋나고 몇몇 거대기업이 과실을 독점할 우려도 크다는 점에서 반대가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보완책을 찾아 의료정보 빅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너무나도 크고 이런 식의 신약개발 경쟁에서 우리나라만 소외된다면 손실 또한 막대하기 때문이다.


많이들 알다시피 발기부전 치료제로서의 비아그라 역시 전립선 약의 부작용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부작용으로 만들어진 비아그라의 부작용으로 치매 예방약이 개발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뭔가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인생의 진리를 깨우칠 것 같다. 이를테면, 어쩌면 우리 인생이란 수많은 부작용들이 모인 결과물이 아닐까? 모든 일들이 의도한 대로 척척 이뤄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도치 않은 결과에 아쉬워하고 절망한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실패와 부작용들이 새로운 기회인 경우도 많다. 물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지만. 전립선 치료제의 부작용인 발기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연구원들처럼 말이다.


비아그라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교훈적인 방향으로 빠지나 의아한 독자들도 있을 거다. 그렇다. 의도적인 급선회다. 무릇 신문의 칼럼이란 뭔가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재 필자의 한계다. 영화 한 편 추천하며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러브앤 드럭스’. 비아그라 영업사원이 주인공인 영화라고 한다면 뭔가 외설적인 느낌이 들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가끔 등장하는 자극적인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순애보에 가깝다. 추천해주고 욕먹은 적 없는 영화니 안심하고 보시길. 놀라운 사실 하나. 나온 지 10년도 넘은 이 영화의 핵심 소재 두 가지가 당시로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비아그라와 치매(파킨슨 병)라는 사실! 감독은 10년 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비아그라의 또 다른 부작용을 예언한 것일까 아니면 기막힌 우연일까?


이재익 소설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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