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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 다문 입술이 머금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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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사랑하는 작가, 지히(JIHI)]

"V자형 입술 그림이 시그니처
소통의 수단이자 깊이 상징
부정적 감정 다독여 자아성찰

'오징어게임' 기호 그린 작품
재밌게 작업…1등으로 팔려"

지히(JIHI) 작가.

지히(JIHI)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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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지난달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VVIP 행사 때 한 작가가 유독 눈에 띄었다. 갤러리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갤러리 직원으로 오해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유명 갤러리였던 데다 전시장 내 많은 갤러리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고 직원이 응대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관람객이 그림 속 도상의 의미에 대해 물을 땐 기다렸다는 듯 가까이 다가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지히(JIHI) 작가(본명 김지희·35·사진)를 최근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에 입점한 라운지 카페 아츠(A’+Z)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키아프 출품을 마치고 안다즈와 협업해 이곳에 작품 11점을 내건 전시를 연말까지 선보인다. 지히는 "사랑하는 사람과 연말을 보내는 따뜻한 감정들을 이번 작품에 담았다"면서 "호텔은 요즘 호캉스나 지인들과의 파티 공간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작품에도 이처럼 즐겁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벽에 걸린 작품 중에선 최근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기호를 그린 게 눈에 띄었다. 지히는 "드라마 속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1~456번 참가자들을 보고 제 작품세계와 닮았다고 생각했다"면서 "너무 재미있게 작업했고 그림도 1등으로 팔렸다"고 귀띔했다.


'안다즈 서울 강남' 내 라운지 카페 아츠(A'+Z)에 지히(JIHI) 작가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안다즈 서울 강남' 내 라운지 카페 아츠(A'+Z)에 지히(JIHI) 작가 작품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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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히 작품엔 유독 입술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브이(V)자형 윗입술에 입을 꾹 다문 형태의 두툼한 입술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다. 입술은 소통을 상징한다. 여기에 숫자·수학기호·문자 등을 넣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만의 사유 세계로 이끈다. 지히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소통수단이 다양해졌지만 말이나 관계의 깊이는 얕아지는 오늘날의 사회 현상에 주목한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독 자기 자신을 잘 꾸미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만나보면 그런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몇 마디 대화만 주고받아도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변에 누가 있느냐보다 타인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밤새 편지를 써서 몰래 사물함 속에 넣고 오는 감성을 요즘 세대는 알지 못한다. 이렇게 사라져가는 소통 양식에 대해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입술 이미지는 첫사랑과 헤어진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이후 개인적 이야기와 사회적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있는 형태로 드로잉을 확장했다."

지히는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미감을 뽐낸다. 갤러리나 전시장 벽에 그림이 걸려있으면 미국적 화풍의 세련된 추상회화처럼 느껴진다. 카페 같은 캐주얼한 공간에서 그의 작품을 보면 팬시아트 같은 아기자기함도 풍긴다. 공간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점이 지희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와 여성 브랜드 지컷(G-CUT)의 제안으로 자신의 그림을 넣은 협업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Starry Night, Oil on panel, 162x260cm, 2021

Starry Night, Oil on panel, 162x260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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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히는 인터뷰 내내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자주 언급했다. 이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지능력이다. "과거엔 나의 실수나 집착, 자기 합리화 등에 관한 주제를 자주 그렸다. 스스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그런 감정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내 감정을 다독이고 성장하는 법도 배웠다. 메타인지가 생긴거다. 그림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치유 받고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사는 컬렉터가 많아졌는데 진짜 예술의 가치는 자아성찰에 있다는 걸 꼭 느꼈으면 좋겠다."


지히는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아트 마이애미(Art Miami)에 영국 폰토니 갤러리를 통해 5점을 출품한다. 200호 대작부터 30호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같은 달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 있는 이랜드갤러리의 복합 문화공간 ‘아트로’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올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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