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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뮤지컬 여왕'의 품격…환상적 퍼포먼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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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니츠'서 열연 중인 김선영
재소자에게 피아노 가르치는 크뤼거役

"파격적 무대·다양한 반응 흡수하는 것
기존에 없던 창작 초연작이 가진 매력"

괴팍한 죄수 제니의 남다른 재능 발견
정말 딛고 살아야 하는 이유 알려줘

콩쿠르 결선의 마지막 '4분' 하이라이트
서로 보듬으며 무대서 재능·격정 쏟아

뮤지컬 배우 김선영.(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뮤지컬 배우 김선영.(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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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다양한 반응들을 흡수하는 것. 그게 창작 초연작이 가진 매력이죠."


올해 데뷔 22년 차인 뮤지컬 배우 김선영(47)은 팬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불린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연기력 때문만은 아니다. 필모그래피만 봐도 알 수 있듯 그의 폭넓은 스펙트럼이 그런 칭호를 얻게 만든 비결이다. 술집여자·팝스타·영부인까지 여배우로 안 해본 역할이 없을 정도다. 그는 2006년 뮤지컬 여배우 최초로 국내 양대 뮤지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2019년에도 같은 업적을 이뤘다.

김선영은 현재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크뤼거를 열연 중이다. 크뤼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루카우 교도소에서 60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인물이다. ‘포미니츠’는 크뤼거가 천재적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지만 살인수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06년 개봉한 동명의 독일영화가 원작이다.


최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선영은 뮤지컬 ‘포미니츠’에 대해 "창작 초연의 신선함이 가득 담긴 작품"이라며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직접 연주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소개했다. 김선영은 잘 다듬어진 라이선스 공연도 좋지만 참신성 가득한 창작 뮤지컬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연기의 폭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크뤼거 역을 맡은 김선영.(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크뤼거 역을 맡은 김선영.(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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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이 크뤼거와 만나게 된 것은 배우 양준모 덕이다. 양준모는 ‘포미니츠’에 예술감독으로 참여 중이다. 김선영은 "양준모가 영화 ‘포미니츠’를 보고 굉장히 충격적이었다며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고 해 찾아봤다"면서 "크뤼거의 대사와 장면들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와 무대에서 꼭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선영은 크뤼거 역을 맡기 직전 뮤지컬 ‘호프’에서 78세 노인 에바 호프로 분했다. 처음에는 에바 호프와 비슷한 나이인 크뤼거 연기가 부담스러웠다. 캐릭터 중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어차피 배우로서 일일이 행보들을 계산하면서 작품활동에 나서진 않았다. 크뤼거를 통해 무대 위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는데 그거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극중 크뤼거는 전쟁터에서 세상을 떠난 동성 연인 한나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평생 산다. 군부가 그에게 한나가 공산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캐물었을 때 진실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감옥에 자기 몸을, 피아노에 자기 마음을 가두고 주변과 철저히 단절된 채 산다. 그래서인지 김선영의 노래와 연기는 전작 배역들과 달리 절제돼 있었다.


"크뤼거는 진실보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보통의 한 인간이다. 2차대전 당시 공산주의자와 내통하는 것만큼이나 동성애도 금기사항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내 삶이 끝날 것 같은 그 순간에 크뤼거처럼 행동할 것이다. 두려워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보통의 사람. 이후의 삶도 60년간 어두운 터널 속에서 지낸 사람. 그런 감정들을 잘 이해하려 노력했다."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크뤼거 역을 맡은 김선영(오른쪽).(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크뤼거 역을 맡은 김선영(오른쪽).(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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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크뤼거에게 변화를 준 인물이 제니다. 아름답지만 정형화한 음악을 추구하는 크뤼거와 달리 제니는 파격적이고 즉흥적인 피아니스트다. 성격도 괴팍해 죄수나 교도관들과 자주 싸운다. 크뤼거는 제니의 재능을 알아본다. 이어 그를 교육시켜 청소년 콩쿠르에 보낸다. 이 과정에서 둘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보듬는다.


"크뤼거는 유복한 환경에서 엄격한 규칙과 통제 아래 자란 아이라는 전사(前事)를 갖고 출발했다. 부모님을 잘 따르면서 사랑받았을 테지만 한편으론 억눌린 욕구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욕망을 해소해준 첫 번째 인물이 한나였다. 크뤼거는 제니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피아노가 구심점 역할을 하지만 결국 서로의 인간적인 내면에 끌린 게 아닐까."


‘포미니츠’의 하이라이트는 콩쿠르 결선의 마지막 ‘4분’이다. 피아노라곤 배워본 적도 없는 배우들이 제니로 빙의해 실제 피아노를 연주하며 환상적인 퍼포먼스도 펼친다. 단순히 건반만 누르는 게 아니라 건반대를 드럼처럼 두드리고 건반줄을 하프처럼 튕기기도 한다. 김선영은 "환희와 수하 두 배우가 6개월 동안 피아노 기초부터 시작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며 "두 배우가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어떤 선배도 뛰어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너무 잘해줬다"고 격려했다. 김선영은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로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그는 "‘포미니츠’ 이후 잠시 휴식을 거친 뒤 여름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공연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크뤼거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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