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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퀴어로 살아가겠다" 故변희수 하사 향한 애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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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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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에 시민단체 및 각계에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가 고(故) 김기홍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비보가 이어지며 성소수자를 차별,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군인이자 트랜스젠더로서, 트랜스젠더이자 군인으로서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냈고 사회에 울림을 주었던 고 변희수 하사님의 삶을 추모한다"고 애도했다.

이어 "고인이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낸 그 모습에 모두가 위로받고 공감하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며 "존엄하고 동등하며 마땅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존재들로서 우리가 이제 고인의 운동을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4일 설명을 내고 "한 달간 트랜스젠더 3명의 부고를 접했다. 죽지 않을 수 있었다"며 "변 전 하사의 바람은 딱 하나.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UN)마저 촉구할 정도로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15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 하나 없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들은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킬 변변한 법과 제도 하나 갖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혐오와 차별로 가득한 세상에 온몸으로 파열구를 낸 트랜스젠더들의 위대한 용기를 기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랜스해방전선도 3일 논평을 내고 "죄송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이 변희수 하사님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받았으며, 우리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 여기에서 공유할 수 있었다"며 "그러니 계속 트랜스젠더퀴어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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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트랜스젠더 군인인 변희수 전 하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은 용기 냈고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살길 원했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어 "그러나 육군은 '적법한 행정처분' 운운하며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사회를 변화시켜야 할 정치권은 앞다투어 혐오 발언을 하기에 바빴다. '나중에'라는 말을 일삼았다"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변인은 "성소수자에게 생존 그 자체가 투쟁이고 저항의 전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고인의 말을 되새기며 정의당의 역할과 책임을 무겁게 안고자 한다. 모든 이들의 꿈이 오롯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과 함께 차별금지법을 공동 발의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며 "전혀 본 적이 없지만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어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 일부 종교 세력의 반대에 발목 잡힌 모양새로 십여 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며 "정신 차려야 한다. 적어도 이런 아픈 죽음은 막으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변 전 하사는 전날(3일) 오후 5시49분께 충북 청주 상당구 금천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119구급대는 "변 전 하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보건소의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119구급대가 자택 내부로 진입했을 당시 변 전 하사는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을 거둔지 수일 경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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