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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뛰고 대출 막혀 …또다른 홍남기氏들

최종수정 2020.10.23 11:14 기사입력 2020.10.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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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택 세입자 사면초가…평수 줄이거나 월세 구할판
대규모 전세난민 양산…분당·광명시 등 부르는 게 값

전셋값 뛰고 대출 막혀 …또다른 홍남기氏들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임온유 기자, 이춘희 기자] # 경기 분당신도시 84㎡(전용면적)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A씨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 2년 전 5억70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 전세 호가는 9억원으로 3억원 이상 올라 있지만 용인시에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때문에 전세대출도 받지 못할 처지다. 자녀 교육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기 힘든 데다 여유 자금도 없다 보니 면적을 확 줄여 이사를 하든지 한 달에 월세 100만원이 훌쩍 넘는 반전세를 알아봐야 할 처지다. 그는 "저금리에 따른 주거상향 욕구 때문에 전셋값이 올랐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이게 지금 세입자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ㆍ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세입자들이 치솟는 전셋값에 사면초가의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1주택 보유 세입자는 정부의 대출 제한으로 많게는 수억 원씩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할 여력조차 없어 외곽으로 밀려날 처지다. 시장에 '또 다른 홍남기씨'가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23일 아시아경제가 분당ㆍ광명ㆍ김포 등 서울 출퇴근권으로 분류되는 경기 일대 주요지역 전세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대규모 전세난민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B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경기지역 주간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34%로 최근 3주 연속 상승했다. 특히 광명은 1.47%로 경기도 내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았고 김포(1.21%), 성남 분당구(1.10%), 용인 기흥구(1.04%) 등도 한 주 사이 평균 상승률이 1%를 웃도는 등 가파른 우상향곡선을 보이고 있다. 임대차2법이 시행된 7월 말 이후 현재까지 이들 지역의 주간 누적 전세가 상승률 역시 ▲광명 8.72% ▲분당 5.64% ▲김포 4.72% ▲하남 4.37%에 달한다. 이 기간 서울 한강이남 14개구(4.38%)와 한강이북 11개구(4.75%)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상승 폭이다.


교육 수요가 많은 분당신도시의 경우 대부분 단지에서 인기 평형대로 불리는 84㎡의 경우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상태다. 단지별로 아예 매물이 없거나 1~2개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분당 서현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단지별로 차이는 있지만 두세 달 사이에 2억~3억원씩 전세 호가가 치솟았다"며 "그나마 매물이 없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가격 흥정의 여지도 없다"고 전했다.

재건축ㆍ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겹친 광명시에서는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다. 철산동 철산래미안자이 아파트의 경우 단지 규모가 2000여가구에 달하지만 84㎡ 전세 매물은 단 한 건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 지역 B공인 관계자는 "지난주 철산주공 8ㆍ9단지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광명시 전체가 전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의 경우 전셋값이 신축 대단지 분양가를 뛰어넘었다. 내달 입주를 시작하는 하남 감이동 '하남포웰시티' 84㎡는 분양가가 최고 5억7200만원이지만 현재 전셋값은 6억~7억원에 형성돼있다.


이처럼 전세대란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것은 외곽지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다른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유주택 세입자들이다. 무주택자들은 그나마 저리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오른 보증금을 충당할 수 있지만 유주택자는 전세 대출 길이 막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금지한 데 이어 올해 6ㆍ17 대책에서는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3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취득할 경우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실제 전날 KB리브온의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KB리브온)가 0.78% 오르며 2015년 2015년 12월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임대차2법이 가져온 후폭풍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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