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기업은 물론 일선 현장은 모호한 기준 탓에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경제계는 연말까지 주어진 계도 기간 내 기업 현실을 고려, 특례 업종을 늘리고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리는 등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 52시간 시행으로 문제가 확연히 드러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올해 하반기 정기 보수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 정유ㆍ석유화학 업계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만 노사 합의를 통해 3개월 탄력근무제를 도입했을 뿐 나머지는 노사 합의 결렬로 보수 기간을 늘리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기 보수를 앞두고 공장별로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정답이 없었다"면서 "정기 보수는 기회비용과의 싸움이라서 하루라도 기간을 줄이고 재가동하는 게 관건인데 주 52시간에 맞추다 보면 기간이 최소 20~30%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라고 전했다. 정기 보수 기간이 기존 100일이었다면 120~130일로 늘고, 하루 수백억원 이상의 손실 발생 기간 역시 길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에 이은 2위 수출 효자 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의 시운전, 건설업의 기상악화로 인한 공기(工期) 지연, 방송ㆍ영화 제작업 등 기타 업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제계의 이 같은 호소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날 국회에 제출했다. 경총은 "당초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된 근로시간 특례 업종은 국민을 위한 공중의 편의 관점에서 입법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 재계 인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를 악순환의 늪에 빠뜨리는 꼴"이라면서 "정부가 유예 기간만 던져 놓고 당초 좋은 정책 취지를 살리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20명이 넘는 대가족이 같...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