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한국전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뉴젠의 도시바 보유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7개월만에 위기를 맞았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해지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지만, 정부는 여전히 한전이 최우선 협상자임을 강조하며 협상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지만, 도시바와 영국 정부 협상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국은 150억파운드(약 22조원) 규모의 차세대 원자로 건설을 위해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한전은 지난해 12월 원전 건설 개발사인 뉴젠의 컨소시엄 지분을 도시바에게서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논의가 지연되면서 해지됐다. 산업부는 "도시바 측은 뉴젠 지분매각이 새로운 사업모델 검토 등으로 지연됨에 따라 과도한 운영비 지출 문제 등으로 한전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와도 협상 기회를 갖기 위해 지난달 25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이후 약 10년만에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겠다던 한전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그동안 한전은 원전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두고 영국 측과 논의를 지속해 왔다. 기존의 수익 모델은 발전차액정산제도(CfD)로, 사업자가 원전을 지어 30~40년간 요금을 받아 투입된 금액을 회수하는 식이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되는 도중 영국이 새 수익 모델인 'RAB(Regulated Asset Base)'를 신규 원전사업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규제기관이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하고 정부 지원 등으로 재원조달이 가능해 더욱 안정적이라는 게 산업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선협상대상자 해지는 이변이나 다름없는 사태로, 향후 협상이 쉽지 않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며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해체까지 100년이 넘게 걸리는 원전 사업인 만큼 정부의 탈원전 방침이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번 사건을 두고 "정권 교체와 신임 한전 사장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생겨났다"고 지적해 현지에서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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