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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가시화되고 있는 ‘신친일파’의 테러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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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윤모씨의 소재를 알거나 만나신 분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해달라."

지난 10일 오전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일본의 위안부 문제 증거 자료집1' 출판 기자회견에서 저자 호사카 유지(63) 교수가 '신친일파'로부터 테러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한 말이다. 호사카 교수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5일 윤모씨로부터 '테러가 어떤 것인지 보여 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협박 메일을 받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호사카 교수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A교수를 비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테러 협박'의 이유였다.
호사카 교수는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면 고소하지 않겠다"고 메일을 보냈지만 대답이 없어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서울동부지검의 수사 결과 윤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현재 수배(기소 중지)된 상태다. 호사카 교수는 이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씨의 소재가 파악되면 검찰이 다시 수사에 들어가지 않겠냐"며 기자들에게 윤씨의 소재를 알면 신고해 달라는 '농담'도 했다.

그렇지만 자신에 대한 '테러' 협박을 어느 누가 가볍게 여길 수 있을까? 더군다나 호사카 교수는 최근들어 각종 방송에 출연해 '신친일파'의 존재와 행태를 잇따라 폭로해 주목을 받은 인사였다. 그에 따르면, 일본에 유학간 학생ㆍ전문가ㆍ학자 등이 일본 정부ㆍ극우 세력들로부터 장학금ㆍ생활비를 받으면서 '신친일파'로 양성된다. 이들은 한국에 귀국해 인터넷ㆍ출판물 등을 통해 위안부ㆍ독도 문제 등 한ㆍ일간 현안에서 일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한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우리나라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펼치는 이른바 '뉴라이트' 성향 학자ㆍ관료ㆍ전문가들이 대표적 사례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의 신친일파 양성 계획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도 작동하고 있어 최근 일본 지지를 선언한 미국 저명 인사들의 뒤에는 일본 우익 단체의 검은 손길이 자리 잡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일본 극우 세력과 그 지원을 받는 '신친일파' 입장에선 호사카 교수가 '눈엣가시'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테러가 실행될 우려가 높다.
신친일파들에 의한 테러 위협에 고통받고 있는 것은 호사카 교수 뿐만 아니다.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 자료 연구에 열중하고 있는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도 얼마전 기자와 만나 테러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갖은 협박 이메일에 시달려 "밤에 집에 들어갈 때는 주변을 둘러 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강 교수는 지난 2월 말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운용했던 사진 부대의 자료를 검색해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 의혹의 증거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부인하고 있는 위안부 강제 동원·학살과 관련해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연구자다. 강 교수는 그러나 그 덕에 일본 우익·신친일파로부터 테러 협박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바야흐로, 일본 우익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해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오명을 벗고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 국가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우리나라에선 들끓고 있는 신친일파들에 의한 양심적 학자들에 대한 테러가 가시화되려 하고 있다.

광복 73주년을 맞는 2018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신친일파의 테러 위협,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명예 훼손 등에 대한 치안 당국의 적극적인 수사와 처벌이 요구된다. 또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밝혀 내려는 연구자, 전문가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 대책도 필요하다.

사족, 역사의 교훈은 명백하다. 모든 잘못에 대한 면죄부는 철저한 진상 규명, 처벌, 반성, 재발 방지 대책이 실행됐을 때나 고려해 볼만 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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