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업체 아람코가 상장할 해외 주식시장을 타진하며 한국의 기관투자자와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람코의 국내 상장이 가능해질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아람코에 전략적 투자를 할 위치에 있는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의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외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의 주식을 상장할 해외 주식시장을 결정하기 전 한ㆍ중ㆍ일 등 전략적 투자자와 협상을 마무리 짓고 싶어한다"면서 "사우디 정부가 상장 가치를 최대화하려면 아람코를 어느 시장에 상장해야 하는 지에 대해 최대 초석 투자자가 될 나라들의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초석투자자의 의견에 따라 미국과 영국이 아닌 제3의 주식 시장에 아람코가 상장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아람코의 최대 고객이 장기적으로 미국, 러시아와 경쟁하게 될 아시아이기 때문에 아시아의 초석투자자를 확보하는 게 가장 논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아람코는 전체 지분의 5%를 매각한다는 것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까지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약 2조 달러로 추산된다. 지분 5%만 매각해도 상장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정상까지 나서 이를 유치하려고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주식시장도 아람코 상장 경쟁에 나섰다.
국내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다만 62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방향키를 잡은 기금운용본부장(CIO)과 13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KIC 사장이 공석이라는 점에서 아람코의 코스피 상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7월 강면욱 전 기금이사가 사표를 제출하고 물러나면서 8개월째 비어있다. 조인식 기금운용본부 해외증권실장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KIC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은성수 전 사장이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5개월째 수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우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지난해 7월부터 기금운용에 대한 비상점검체계를 가동하고 리스크 및 수익률 관리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개별 투자건에서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 등을 통해 집단 체제로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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