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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 중심의 경제학에 반기를 들다…노벨상 탄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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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세일러 교수. [사진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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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ㆍ경제적 인간)'는 주류 경제학 이론에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는 전형적 인간형이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은 합리적이고 계산적이며 이성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인간상을 전제로 발달해 왔다.

하지만 현지시간으로 9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발표한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H.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인간의 다른 측면에 주목했다. 그는 왜 사람들이 정직하게 가격표를 공개한 백화점이 아니라 세일 쿠폰을 남발하는 백화점을 선택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 버리는지에 의문을 가졌다. 호모 이코노미쿠스, 이른바 '이콘'이 아닌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의 행동에 주목한 것이다.
2008년 하버드 로스쿨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와 함께 쓴 책 '넛지(Nudge)'에서 그는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할 줄 알고 IBM의 빅 블루에 해당하는 기억 용량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행동을 경제적으로 설명하려는 '행동경제학'은 1970년대부터 발전했다. 세일러 교수는 이 분야의 창시자는 아니지만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함께 대표적 행동경제학자로 꼽힌다. 넛지는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름 휴가지에서 읽은 후 참모들에게 권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다소 생소한 분야인 행동경제학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설명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넛지'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 다수의 저서를 냈으며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 출연해 블랙잭 게임을 예로 들며 합성 부채담보증권(CDO)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했다.
세일러 교수 등이 주도하는 행동경제학은 아직 주류 경제이론만큼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점차 실생활에서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그는 의회에 적극적으로 출석해 넛지를 활용한 저축플랜을 제도권으로 들여왔고, 이를 통해 저축률이 극적으로 상승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빚더미에 올라선 미국 경제를 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밖에도 심성회계(mental accounting) 이론을 통해 같은 돈이라도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다른 이름을 붙여 다르게 취급한다고 주장했고, 손실을 기피하는 태도를 통해 사람들이 소유하지 않을 때보다 해당 물건을 소유하고 있을 때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는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를 설명해내기도 했다.

한편 세일러 교수는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 전화로 연결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거액의 노벨상 상금(약 12억6700만원)을 "가능한 비합리적으로 쓰겠다"고 답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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