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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적자 재정으로 가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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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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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번 주 정부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부제를 단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인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요 측면에서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고 공급 측면에서는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등 혁신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5년 동안 재정지출 증가율을 명목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유지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사실상 ‘적자 재정’을 편성하겠다는 의미이다.
우리 경제를 환경을 보면 정부가 돈을 쓸 수밖에 없다. 1400조원에 이를 정도로 부채 많지만 여전히 가계는 자금 잉여주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금 순환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잉여가 71조원으로 2015년(94조원)에 비해서 줄었지만, 가계가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린 돈보다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여기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업을 제외한 기업이 자금 잉여주체로 전환하고 있다.

가계에 이어 기업이 저축의 주체로 돌아선 만큼 다른 부문에서 적자가 나야한다. 그동안 국내 자금 잉여의 대부분이 국외로 나가 해외 기업과 증권에 투자되었다. 우리 경제성장과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 그 돈 일부가 국내에 투자되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의 자금 잉여를 정부가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적자 재정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문제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면 금리가 상승해, 민간 부문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서 재정의 경기 부양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은행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충분히 사줄 것이기 때문에 구축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자금이 들어오면 은행은 그 돈으로 가계와 기업에 대출해주거나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가에 투자한다. 앞으로 기업이 은행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쓰는 돈보다 많게 될 것이다. 은행은 남은 돈으로 유가증권 특히 안정성이 국채를 살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를 발행해도 그 국채를 은행이 사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는 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 부채와 은행의 자산 중 채권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돈을 생산성이 높은 곳에 잘 쓸 것인가에 달려있다. 그렇지 못하면 경제도 살리지 못하고 정부만 부실해질 것이다.

우리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당시 168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는데, 따지고 보면 이를 가계와 정부가 부담한 것이다.

가계 부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다가 정부마저 부실해지면 우리 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가계와 정부 부실로 위기가 온다면 중앙은행의 발권력 이외에 대응할 수단이 별로 없다. 적자 재정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이지만, 정부가 생산성이 높은 곳에 돈을 쓸 수 있도록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의무가 납세자에게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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