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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 더 많은 직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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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진찬 사회비평가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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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태도를 한 방송 프로에서 보게 되었다. 북동부 실직 노동자들의 분노, 소수자 권리에 대한 요구 등등. 트럼프가 세금을 없애려 하기 때문에 지지한다는 한 유권자도 있었다. 트럼프는 최상위계층 소득세를 39.6%에서 33%로 깎고 상속세는 폐지하며 법인세를 35%에서 15%로 삭감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간접세와는 달리 소득세 같은 직접세를 줄이는 것은 가진 자의 이득이고 늘리는 것이 일반 대중에게 크게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세금 자체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 이유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강바닥에 수십조를 쏟아 붓는 모습을 보고도 세금에 대한 적개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부패한 정권이 세금을 제멋대로 쓰는 걸 고발하는 언론 기사를 접하면서 부패한 정권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세금 자체에 대한 분노가 쌓이게 되고 이런 분노는 고스란히 다시 부패한 정권의 탄생에 일조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부패한 정치인에 대한 폭로가 정치 자체에 대한 염증으로 발전하는 것,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서울시장을 양보함으로써 일약 대통령 후보로 도약한 안철수는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자는 전형적인 정치혐오 선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실체가 '공갈빵'임을 입증하였으나 트럼프 당선으로 천군만마를 얻었다. 마음껏 정치를 혐오하고 표는 내게 달라! 내년 대선에서 안철수의 유력한 전략이다.
민주주의, 평등과 같은 민주진영의 추상적 가치가 현실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띨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세금이다. 직접세는 늘리고 간접세는 줄인다. 건강보험료는 올리고 공공요금은 내린다. 이것이 민주진영의 일관된 주장이어야 하며 그 타당성을 대중에게 설득해야 한다. 이런 밑받침 없이 청와대 권력을 잡아봐야 기득권 집단의 반란을 효과적으로 진압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난 10년간 민주정부의 교훈이다. 정치는 결국 세금에 대한 모든 것이다. 세금을 누구에게서 얼마나 어떻게 걷어서 어디에 얼마를 누구를 위해 쓰느냐, 이것이 정치다. 이른바 무상급식도 본질은 세금급식이다. 세금에 대한 대중의 적개심 때문에 세금급식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급식'이다. 연말이면 하는 세금정산에서 각종 공제도 몇 개만 빼고 없애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일년에 천만원을 벌든 천억을 벌든 그에 상응하는 소득세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동의할 수 있는 공제 항목은 부양가족공제와 10만원의 정치후원금 정도다. 정치후원금은 10만원 후원하면 20만원 세금공제를 해줌으로써 정치후원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극우 집단'은 정치혐오를 먹고 자란다는 걸 잊지 말자.

몇 년 전 무상급식에서 반대진영의 대표적인 논리는 이건희 회장의 손주들까지 세금으로 밥을 먹인다는 것은 낭비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다. 당신 말이 맞다. 그러니 이건희 회장 손주들은 무상급식에서 제외하자. 나아가 10대 재벌 총수들의 손주들도 제외하자. 더 나아가 자신은 대단히 부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이 세금으로 점심을 먹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구청에 신고를 하도록 하자. 이런 사람들은 급식비를 별도로 받도록 하자. 물론 밥은 같이 먹는다. 급식비를 보조 받는 아이들은 그런 사실에 상처를 받지만 내 방식대로 하면 누가 급식비를 내는지 설령 알려진다 해도 상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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