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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신앙'으로 민주화 견인한 박형규 목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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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 목사. 사진=연합뉴스

박형규 목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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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길 위의 신앙'을 실천하며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역사와 함께 해온 박형규 목사가 18일 오후 5시께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3년생인 박 목사는 1960년 4ㆍ19혁명을 접하며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옛 경무대(청와대) 근처에서 결혼식 주례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피흘리는 학생들을 목격하면서다.

박 목사는 회고록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에서 이렇게 돌아본다.

"들것에 실린 학생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 무언가 내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에게서 나는 십자가에서 피 흘리는 예수의 모습을 보았다."
'길 위의 신앙'이라는 말이 박 목사를 따라다니게 만든 고백이다.

군사독재 정권은 박 목사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1973년 '남산 부활절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기독교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플래카드와 전단을 배포하려다 실패한 뒤 '내란예비음모죄'로 기소됐다.

1978년에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유신체제를 비판하고 새 민주헌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3.1 민주선언'을 발표했다가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무려 6차례 옥고를 치렀다.

'3ㆍ1 민주선언' 사건은 2014년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정권의 지속적인 탄압 속에 거리로 내몰린 박 목사는 6년 동안 서울중부경찰서 앞에서 '노상예배'를 인도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가 이를 보도하며 국제사회에도 박 목사의 이름이 알려졌다.

경남 마산 출생으로 부산대 철학과를 나온 박 목사는 도쿄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59년 공덕교회 부목사로 부임하며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남북평화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을 인권ㆍ민주화ㆍ빈민운동에 바쳤다.

'해방의 길목에서', '해방을 향한 순례', '파수꾼의 함성', '행동하는 신학 실천하는 신앙인' 등을 저서로 남겼다.

그는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로 2010년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박 목사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01호실이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아들 종렬ㆍ종관, 딸 순자ㆍ경란 등 2남2녀가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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