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사회에서 조직에 속하지 않은 개인은 무기력하다. 강한 조직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 머물면 각 개인은 권력을 쥐게 되지만, 조직에서 이탈되거나 혹은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알몸으로 삭풍에 내던져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별난 사람들이 있긴 하다. 임은정 검사는 2012년 두 차례에 걸친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 진행 중에 다른 검사에게 직무가 넘어가자 항명을 각오하고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구형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정직 징계를 받았으며 지금은 검사적격심사 대상에 올라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근무하는 김이태 연구위원은 2008년 당시 4대강 사업에 대해 "실체는 운하 계획"이라고 했다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품위 유지 및 비밀 엄수 위반'이 이유였다.
영화 '베테랑'에 이은 '내부자들'의 흥행은 한국 사회에 내재된 불의에 대해 대중이 공감하고 영화 속에서라도 불의가 깨지는 통렬함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불의는 소수의 양심과 용기에 의해 균열을 일으킨다. 물론 적잖은 이들은 영화관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가면 다시 알게 모르게 불의의 톱니바퀴에 복속되겠지만 용기 있는 소수의 수난을 막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정도의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