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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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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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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수는 힘과 비례한다. 폭력배보다 조직폭력배가 무서운 것도 머릿수의 힘 아니겠는가. 정글 같은 학창 시절에 일종의 서클을 이루던 친구들을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나를 이겨봤자 서넛이 덤벼들기 때문이다. 비겁한 인간 속성의 단면이거나 오랜 세월 굳어온 힘의 체계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사회에서 조직에 속하지 않은 개인은 무기력하다. 강한 조직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 머물면 각 개인은 권력을 쥐게 되지만, 조직에서 이탈되거나 혹은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알몸으로 삭풍에 내던져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조직이 강력할수록 개인의 충성도는 높아진다. 문제는 조직이 개인의 양심이나 신념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일 때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그러거나 말거나 다수는 조직에 따른다. 그래야 죽으라 공부해서 겨우 올라온 자리를 지킬 수 있거나, 자녀들의 학원비 혹은 유학비용을 충당할 수 있거나 혹은 더 높은 권력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별난 사람들이 있긴 하다. 임은정 검사는 2012년 두 차례에 걸친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 진행 중에 다른 검사에게 직무가 넘어가자 항명을 각오하고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구형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정직 징계를 받았으며 지금은 검사적격심사 대상에 올라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근무하는 김이태 연구위원은 2008년 당시 4대강 사업에 대해 "실체는 운하 계획"이라고 했다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품위 유지 및 비밀 엄수 위반'이 이유였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허위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박근혜 정권의 수문장이 되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검사는 한직으로 밀려났다. 여당 의원들은 '항명'이라고 그를 비판했다. 조직은 수단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조직에 대한 '배신'의 대가는 가혹하다.

영화 '베테랑'에 이은 '내부자들'의 흥행은 한국 사회에 내재된 불의에 대해 대중이 공감하고 영화 속에서라도 불의가 깨지는 통렬함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불의는 소수의 양심과 용기에 의해 균열을 일으킨다. 물론 적잖은 이들은 영화관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가면 다시 알게 모르게 불의의 톱니바퀴에 복속되겠지만 용기 있는 소수의 수난을 막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정도의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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