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이건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는 필요하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잠시 늦출 필요도 있다. 어디 몸만 고되게 살았겠는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려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됐던 마음도 다독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송년회가 부담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취업포털 사이트 조사 결과, 직장인 57%가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월도 이제 절반이 지났다. 남은 송년회라도 함박웃음을 주고받는 자리로 만들 수는 없을까. '관행'의 변화가 그 해답인지도 모른다. 의무감으로 1년의 소회를 전하는 것은 진솔한 답변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모두가 돌아가며 얘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또 서로가 나이도 다르고 직급도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이 지긋한 선배는 '인생의 교훈'을 전한다고 생각할 때 후배들은 '꼰대의 잔소리'로 느낄 수 있다. 후배는 개인 사정에 따라 2차에 따라나서지 않을 수 있지만, 선배들은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라면서 예의 없는 행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송년회에서 선배가 발언을 주도하는 것도, 후배가 발언을 너무 아끼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선배가 후배 얘기를 경청하면 분위기는 더 부드러워질 수 있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마음도 열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될 때 송년회를 향한 부담감도 봄눈 녹듯이 사라지지 않을까.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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