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내년 아주 낯선 싸움을 시작한다
인터넷은행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 3
은산분리 탓에 ICT기업 진출 제한
인터넷결제 미사용자 70%가 보안 불안
인터넷은행만의 차별서비스도 관건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금융혁신을 꾀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현재 은산분리 완화를 핵심으로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은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안과 김용태 의원안 등 2건이다. 신의원 안은 정부가 지난 6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계획을 밝혔을 때 내놨던 안과 비슷하다.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이 전체 자본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합계가 2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지분한도를 현행 4%에서 50%로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은 완화대상에서 뺐다.
김 의원안은 이보다 더 파격적이다. 지분한도를 50%로 늘리는 것에 더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다는 규정 자체까지 없앴다. 이 안이 통과된다면 예비인사 사업에 뛰어든 컨소시엄 중 K뱅크가 수혜를 볼 수 있다. KT는 정부안이나 신 의원안에서는 최대주주 지위를 누를 수 없지만 김 의원안에선 가능하다.
◆보안문제와 차별 서비스도 관건 = 보안문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내 지급수단 이용형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결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 중 72.3%가 정보 유출 가능성과 보안문제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 온라인으로 본인을 인증하고 개인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인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금융 소비자들의 보안사고 불안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개인 정보유출, 부정거래, 전산 마비 등 예상되는 보안 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또 보안사고 발생 원인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법 체계 개편도 필요하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평가점수 전체 1000점 중 100점이 보안에 배점돼 있다.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의 출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초기에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와 수수료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다른 은행과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다면 금리와 수수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곧 수익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실례로 1996년 설립된 미국 넷 뱅크(NET BANK)는 고객 확보를 위해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한 후 이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저신용자에게 고위험 대출을 하다 2007년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파산한 바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데 실패할 경우 고객확보를 위한 기존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만 의존하다가 부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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