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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의 즐거움]권선징악을 비웃다,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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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한다 해서, 그것이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그것은 추악함을 전제로 한다. 추악함이 있어야 아름다움이 있으며, 추악함과 아름다움이라는 상반되는 개념이, 가치의 실체이다. 우리가 아름다움이란 가치를 예찬하는 것은, 동시에 추악함에 대한 두려움이나 기피를 담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를 들여다보게 되면, 아름다움에 대한 맹목과 집착에서 자신을 떼어낼 수 있다. 미추(美醜)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조물주가 프로그램화해놓은 감각의 작동일 뿐, 절대 불변의 완전한 가치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긴가. 그러나 그 뻔한 가치관들이 지금도 인간의 우행과 욕망과 갈등의 기폭제다.

아름다운 것은 대개 생명에 가깝고 추한 것은 죽음에 가깝다. 인간이 죽음을 회피하고 생명을 확보하려는 무의식이 이런 가치를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 노자가 미(美)에 대한 가치 교정부터 나선 까닭은, 가장 이해하기 쉽고 실감나며 충격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저 예쁜 여인을 보라. 예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가. 그렇게 물어놓고, 저 여인도 역시 추악함과 다투는 잠정적 존재일 뿐이라고 쐐기를 박는다.
노자는 미(美)와 대립된 개념으로 추(醜)를 쓰지 않고, 악(惡)을 쓰고 있다. 두 번째 구절에 바로 선(善)이 나오는데, 미추(美醜)와 선악(善惡)을 세트로 썼으면 좋았을 것을, 왜 굳이 미악(美惡)과 선불선(善不善)으로 맞세웠을까.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배치했을까.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는 아름다움이 지닌 악함을 내세워 설득력을 높이려 했던 것 같다. 공자나 노자가 살던 시대 이전의 중국의 고대국가인 하나라 걸왕을 보라. 말희가 망치지 않았던가. 은나라 주왕을 녹인 달기, 그리고 주나라 유왕이 푹 빠졌던 포사, 그리고 춘추전국시대의 여희는 모두 경국지색의 악녀들이 아닌가. 천하가 모두 아름다운 여인으로 떠받들었던 그녀들이 결국 어떤 일을 했던가. 천추를 어지럽힌 악(惡)이 아니었던가. 이것이 노자가 미와 악을 병치한 속뜻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설득력을 높인 것이다.

그렇게 말해놓고, 노자는 선(善)의 문제를 꺼낸다. 그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 대목이었을 것이다. 당시 선(善)을 부르짖고 다닌 사람이 누구였던가. 바로 공자이다. 공자의 논지를 흔드는 '상대적 가치론'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자는 '춘추'라는 역사책을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다. 이 책은 주대(周代) 노(魯)나라를 중심으로 기록한 242년의 역사서인데, 사관들이 편년체로 기록해놓은 것을 공자가 자신의 윤리적 관점으로 편집한 책이다. 이 책을 공자시대의 좌구명이란 사람이 주석을 달아 펴낸 것이 '춘추좌씨전'인데, 이 책에는 '懲惡而勸善 非聖人誰能修之(징악이권선 비성인수능수지, 악은 징벌하고 선은 권한다. 성인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편집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공자를 예찬한다.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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