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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뒷談]아프리카보다 못하다는 한국 금융경쟁력,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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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금융시장 성숙도 한국 87위, 부탄 86위, 우간다 81위, 가나 76위, 르완다 28위.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주요 국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금융업이 아프리카보다 못하다는 평가인 셈이죠. 사실 이는 별로 놀랄 일도 아닙니다. 작년 역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로, 아프리카 주요 국가보다 못했습니다.
지난 7월 글로벌 금융전문지가 선정한 전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50위 내에 우리나라 은행이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한국 금융 경쟁력이 아주 우수한 성적을 받긴 어렵다는 것 쯤은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매년 아프리카 보다 못하다는 성적을 받는 것은 정말 이상합니다. 성적 상 우리 바로 위인 우간다는 말할 것도 없고 한 참 위인 28위로 평가 된 르완다 역시 쉽게 납득하기 힘듭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769달러로 세계 164위 르완다의 금융 경쟁력이 우리보다 높다니 말이죠.

정말 그럴까요? WEF가 '금융시장 성숙도'를 평가한 8개 세부항목 중 한국은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 부문에서 99위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 중 계좌보유비율은 94.4%에 달해 세계은행 143개국 평균 60.7%를 크게 상회합니다. 반면 르완다는 38.1%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바로 위인 우간다 역시 27.8%로 한참 낮았습니다. 아프리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금융업보다 경쟁력이 앞선 것으로 평가된 자메이카(32위)와 인도네시아(49위)의 15세 이상 인구 중 계좌보유비율도 78.3%. 35.9%에 그쳤습니다.

한국의 무인화기기(ATM) 이용 출금비율과 인터넷 지불 결제 이용 비중 역시 77%, 52.5%로 세계은행 평균 48.3%, 16.6%보다 크게 앞서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성인 10만명당 ATM 개수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290개지만, 우간다는 4개에 그칩니다. 르완다 역시 5개에 불과합니다. 은행지점 수 역시 큰 격차가 납니다. 성인 10만명당 한국의 은행지점 수는 18개지만, 르완다·케냐·가나·나이지리아 등은 우리의 3분의1 수준인 6개였습니다. 우간다는 5개로 더 떨어졌고요.
115위로 평가된 은행건전성 부분은 어떨까요?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BIS 비율은 국내 은행 평균이 14.09%(6월말 기준)인데 이는 미국(13.98%)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 금융업의 경쟁력이 이처럼 낮다는 결론이 나왔을까요? 바로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방식에 한계 때문이죠. WEF의 경쟁력 조사는 총점의 90%가량을 자국 기업인의 설문으로 평가합니다. 자국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당신 나라의 금융산업 점수를 매겨 달라'라고 하는 식이죠. 설문 답변 방식은 1에서부터 5까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는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이 설문조사를 수행하는데 주로 제조업체 CEO들에게 답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같은 국내 대표기업의 CEO들이 국내 금융업을 평가하는 셈이죠.

이제 조금 이해가 되나요?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제조업체 눈에 여전히 국내에 머물러 있는 금융업이 좋게 보일리가 없을테죠. 아마도 우리 기업인들은 내로라하는 세계 금융회사와 우리나라 금융회사를 비교하며 점수를 매겼을 겁니다. 여기에 잊을만 하면 나오는 관치금융이니 보신주의 등의 부정적인 얘기도 분명 금융업의 점수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만약 기업인들에게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을 아프리카와 비교해달라고 했다면요? 말할 것도 없이 모두 5점 만점을 줬을 테죠.

WEF의 발표에 금융당국이 즉각 반박하며 대응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겠죠.
그렇다고 마냥 자국 기업인의 설문에 기반한 주관적 판단에 나온 단순한 결과로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순위를 떠나서 우리 기업인들이 한국 금융회사에 대한 불만 정도가 다른 국가의 기업인들보다 높다는 점은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금융업의 경쟁력을 국내 기업인을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금융개혁'에 속도를 더 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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