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주 국내증시는 그리스 채무조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전세계 증시가 공포감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코스피가 2100선을 회복하고 코스닥은 760선을 돌파하는 등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가 점차 진정국면으로 들어가며 조정세에서 탈피했고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만 생각하면 중소형주의 조정이 곧 나타날 것 같아 곧바로 저밸류 업종으로 갈아탈야할 것 같은 상황이다. 곧 나타날 것 같은 중소형주의 단기조정을 감내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민한 대응보다는 현재 추세를 따라가는 '현명한 바보' 전략이 더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단기 조정을 감내한 이후에도 중소형주는 여전히 더 크게 상승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바보같은 전략이라도 조금만 넓게보면 현명한 투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방황하는 바보는 진짜 바보는 아니다. 바보카드의 유래는 유럽 중세시대 각 도시별로 열렸던 바보축제에서 유래한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에서도 등장하는 바보축제는 각지에서 몰려든 유랑민과 음유시인들이 모여 종교와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의 공연을 벌이는 축제였다. 정확히 사회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당한 식견을 지닌 바보들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바보카드는 현재 처한 상황이 남들이 봤을 때는 바보같이 보일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가장 현명한 길임을 동시에 상징한다.
조정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가 힘든 시점이긴 하지만 코스닥과 함께 코스피 중소형지수는 주요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며 강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단기 조정 이후에도 추세적 상승세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기존 경험만을 토대로 고점과 저점을 예단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단기 합리성만으로 모든걸 설명하기 어려울 때는 오히려 큰 대국을 살펴 추세를 우선시하는 전략이 낫다는 판단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례없는 스몰캡 장세가 연출되고는 있지만 아직 증시 전반에 걸친 과열 조짐은 없다"며 "전술적 측면에서 여전히 나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할 대기자들이 존재하는 시점에서는 합리적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현명한 바보가 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시 격언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격언 중 하나는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나고 낙관 속에서 성숙하여 행복감 속에 사라져간다'는 것"이라며 "경험적으로도 조정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큰 것은 오히려 상승여정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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