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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자사고 수술이 필요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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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자사고를 죽인다고 일반고가 살아나는 것도 아닌데, 왜 자사고만 공격하는지 모르겠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에 반발하는 쪽은 이처럼 일반고 황폐화 문제는 일반고 안에서 해결해야지 왜 '애먼' 자사고 탓을 하느냐고 말한다. 얼핏 타당한 항변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는 지금의 자사고 논란이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교육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문제이며, 근본적으로 교육의 '수월성(秀越性)' 또는 평등성과 관련한 교육철학의 토대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한 자사고 교장은 "공교육 붕괴는 이미 2000년대에 시작됐다"며 "그나마 남은 아이들이라도 건지자는 게 자사고"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은 언뜻 '수월성' 교육에 대한 이유 있는 변론처럼 보이지만 실제 자사고가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엘리트로 성장할 소수의 탁월한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수월성 교육의 취지는 저마다 다른 개성과 재능을 가진 학생들의 잠재력을 한껏 끌어올려 줌으로써 인재를 양성하자는 데 있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명문대에 많이 진학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의 자사고는 '빼어난 학생들을 도약하게 만드는' 교육을 한다기보다 오히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평등하게' 획일적인 입시 준비생으로 키우고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자사고가 일반고를 죽이냐 아니냐,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가 사느냐 아니냐 하는 단순한 접근만 난무하는 현 상황에서는 갈등만 깊어질 수밖에 없다. '좋은 고등학교'의 잣대가 이른바 'SKY' 진학률인 교육 현장에서,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타고 자라난 자사고가 본래의 취지를 잃고 입시 명문고로 치달으며 일반고를 위축시키는 현실을 애써 외면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다. 자사고를 수술한다고 일반고가 당장 살아나는 건 아니겠지만 자사고를 수술하지 않고는 일반고, 넓게는 공교육이 회복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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