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일반고 슬럼화의 주범을 자사고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일반고, "자사고 편중 현상 해결은 일반고 살리기의 필요조건"
자사고 존속을 주장하는 쪽은 이른바 '일반고 슬럼화' 현상의 주범을 자사고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내 자사고 학생들을 다 합쳐봐야 6600여명이며 특목고·특성화고 등에 더 많은 학생이 다니고 있는데 자사고만 공격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다.
B고의 진학지도부장 교사는 "이제 이 지역에서 실력 있다 하는 학생들은 거의 A고교로 진학한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 학교의 경우 올해 신입생 중 중학교 내신 상위 10% 학생은 전체 431명 중 겨우 18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고뿐만 아니라) 일반고 역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학교의 정체성이 많이 흔들리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 학교의 한 영어교사는 "낮은 성적의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성적 향상에 한계가 있어 가르치는 데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며 "진학률이 매년 떨어지면서 소문도 안 좋게 나고 학교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자사고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고교선택제 문제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C고의 한 교사는 "자사고 외에도 특목고·특성화고 등 여러 문제가 공존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자사고 편중 현상 해결이 '일반고 살리기'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28일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 소속 학부모 60여명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앞서 자학연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도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28일 오후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사고 학부모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자사고 존폐 논란 토론회가 열리고, 29일에는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가 다시 한 번 자사고 관련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해 자사고 측의 집단행동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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