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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에 짓눌리는 일반고…"학교 서열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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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일반고 슬럼화의 주범을 자사고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일반고, "자사고 편중 현상 해결은 일반고 살리기의 필요조건"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일반고 전성시대' 공약의 첫걸음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이 자사고 측의 거센 반발로 결국 1년 미뤄지는 '숨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이를 둘러싼 찬반 양론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자사고 측에서는 전체 고교 가운데 자사고는 소수에 불과한데 교육청 등에서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그러나 일반고 현장의 교사들은 단지 자사고 비중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사고 존속을 주장하는 쪽은 이른바 '일반고 슬럼화' 현상의 주범을 자사고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내 자사고 학생들을 다 합쳐봐야 6600여명이며 특목고·특성화고 등에 더 많은 학생이 다니고 있는데 자사고만 공격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사고 인근의 일반고들은 자사고 문제의 핵심이 학생 숫자에 있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자사고 가운데서도 입학 경쟁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 A고 인근에 있는 B고와 C고(일반 인문계고)의 교사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신들의 학교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이들 세 학교는 A고교가 자사고로 지정되기 전 지역추첨제로 학생들이 고르게 배정됐을 당시에는 면학 분위기나 대학 진학률 면에서 서로 비등한 수준을 보였으나 A고의 자사고 지정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B고의 진학지도부장 교사는 "이제 이 지역에서 실력 있다 하는 학생들은 거의 A고교로 진학한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 학교의 경우 올해 신입생 중 중학교 내신 상위 10% 학생은 전체 431명 중 겨우 18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고뿐만 아니라) 일반고 역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학교의 정체성이 많이 흔들리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 학교의 한 영어교사는 "낮은 성적의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성적 향상에 한계가 있어 가르치는 데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며 "진학률이 매년 떨어지면서 소문도 안 좋게 나고 학교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자사고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고교선택제 문제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C고의 한 교사는 "자사고 외에도 특목고·특성화고 등 여러 문제가 공존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자사고 편중 현상 해결이 '일반고 살리기'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우수했던' 학생들이 자사고로 진학해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에다 선행학습까지 받음으로써 똑같이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이 양극단으로 나뉘니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고 교사들의 종합적인 의견이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편성에서 일반고보다 자율성이 높은데,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라는 취지가 변질돼 국영수 기초교과 시수를 늘려온 자사고들이 많아지면서 다양성은커녕 입시 위주의 획일화가 고착됐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자사고 14개교 중 9개교(64%)가 ▲국영수 수업 시수 편중 ▲선행학습 방지 여부 등에서 교육부 평가기준을 위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28일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 소속 학부모 60여명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앞서 자학연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도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28일 오후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사고 학부모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자사고 존폐 논란 토론회가 열리고, 29일에는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가 다시 한 번 자사고 관련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해 자사고 측의 집단행동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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