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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후보 집중탐구] 재벌? 제일 즐기는 음식은 '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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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정몽준'이라는 이름에서 우리는 많은 단어를 연상시킨다.

첫번째가 그의 아버지인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을 물려받았지만, 경영일선에서는 오래전 물러났다. 대한축구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맡으며 스포츠외교를 펼치는 데에 힘을 쏟았다.
37세였던 1988년 울산에서 무소속으로 제13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꾸준히 해오던 그가 거물 정치인으로 발돋움한 것은 2002년도다. 한일 월드컵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권후보가 됐다.

당시 대통령선거 하루 전날 노무현 후보와 결별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국회의원으로 재기해 7선 의원까지 지냈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가 한창 현대그룹을 키우는 와중에 성장기를 보냈다. 재벌 2세라고 하지만 오히려 검소하고 소탈한 아버지의 모습을 닮았다. 그런 점이 그를 일곱번이나 국회의원이 될 수 있게 한 힘이다. 하지만 '재벌'이라는 꼬리표는 그를 괴롭히는 아킬레스건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말할 때 축구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아버지였고 이 세상을 가르쳐준 것은 축구였다"고 말한다.

그가 아버지 손에 이끌려 맨 처음 스포츠 외교무대에 선 건 88서울올림픽 유치 때였다. 유치위원장이던 고 정 명예회장은 당시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던 정 후보에게 통역을 맡겼다. 유치를 앞둔 1981년은 신군부 등장으로 정치ㆍ경제가 매우 혼란스러웠던 시기로 대외 이미지가 좋지 않아 정부도 유치를 크게 기대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정 후보는 혈혈단신으로 기적을 일궈낸 아버지에 대해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고 밀어붙이면서 끝내 해내는 승부사였다"고 술회했다. 올림픽을 유치한 뒤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 사장이 됐다.

정 후보는 1992년 고 정 명예회장이 대선에서 패한 뒤 국내 정치보다는 스포츠외교에 주력했다. 1993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정 후보는 책상 서랍 속에 묻혀있던 '월드컵 유치안'을 발견하고 도전장을 던졌다. 서울올림픽 유치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 내부의 반응은 냉랭했다.

정 후보는 "국내 분위기는 무관심하다 못해 냉담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어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실무진에게 '월드컵이 그렇게 이익이 많이 난다니 축구협회 혼자서 하면 이익이 모두 축구협회로 돌아갈 것이니 협회 차원에서 해보시오. 정부에서는 지원해줄 돈은 없지만 융자를 알선해줄 수는 있소'라고 빈정댔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정 후보는 이듬해 5월 FIFA 부회장에 당선됐고 개최지가 결정된 1996년 6월까지 2년 5개월을 유치활동에 매진했다. "(유치 활동을 위해) 비행기를 탄 거리가 150만여km로 대략 지구를 38바퀴 돈 셈"이라며 "(이 기간) 391일을 해외에서 보냈다"고 했다.

의정활동에서도 외교 분야에 집중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정 후보는 정치 도전을 계획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기왕에 정치에 뜻을 뒀으니 정치학을 공부해보라"는 권유에서였다.

정 후보는 시장 출마 직전까지도 글로벌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 국제 외환시장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해법으로 국내 '위안화 거래소' 설립을 요구했고 국가안보회의(NSC) 설립을 비롯한 외교안보 종합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그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역시 '재벌'이라는 점이다. 이미 서울시장 후보 경선부터 "경제권력은 정치권력과 함께 가면 안 된다"는 공격을 받았다. 정 후보의 재산은 현대중공업 지분 등 2조396억 원(후보 등록 당시)으로 정치인 중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그의 현재 직함은 1977년 고 정 명예회장이 설립한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이사장이자 전직 의원이다.

정 후보는 "내가 기업을 하든 정치를 하든 사람들은 나를 단지 재벌 2세로 바라본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주식에 잡혀 있는 돈은 내 것이라도 쓸 수 없는 돈이다. 그것은 수십만명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종의 기금"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의 경제관은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ㆍ기업친화)'와는 온도차가 크다. 그는 이와 관련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맥을 정확히 짚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며 "처음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아니라 '마켓 프렌들리(Market Friendlyㆍ시장친화)로 갔어야 옳다"고 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사회의 혜택을 많이 보는 기업인들이 법을 어겨 공동체 의식을 무너뜨리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나 우려스럽다"며 "돈은 사회가 건강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2009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시 정부의 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별사면에 대해 공개 회의에서 "아직 이른감이 있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정 후보의 부인 김영명씨가 결혼 뒤 특별한 요리를 상에 올린 일화가 있다. 그러자 정 후보는 "내 입맛은 요즘 말로 한참 저렴하다. 두부와 호박을 넣어 부르르 끓인 찌개와 김치만 있으면 족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가 밖에서 제일 즐기는 음식도 '설렁탕'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돈 많은 사람이라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구 홀몸노인을 찾고 있는데 돕고 싶어도 선거법 문제가 걸린다. 그래서 복지회관을 통해 익명으로 돕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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