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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대한민국 중산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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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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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중산층이 줄고 있다. 우리 국민 중 자기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62.5%라고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소비생활지표조사 결과다. 1994년 81.3%였던 체감 중산층이 20년 만에 18.8%포인트 줄었다. 20년 전 10명 중 8명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면 그중 2명은 이제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 반짝 늘어난 때를 빼고, 지난 20년 동안 체감 중산층은 계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우리 국민은 중산층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저소득층은 궁핍해 보이고 상류층은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가구당 소득이 백분율의 중간에 있는 중간소득을 100이라고 기준할 때, 가구당 소득 50∼150까지를 중산층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가구당 수입 기준 중간소득이 연 3450만원이니까, 연 1825만~5500만원이 중산층이다. 하지만 월 수입 150만∼450만원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작 별로 없을 듯싶다.
한 설문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은 부채 없는 30평 아파트 소유, 월 급여 500만원 이상, 배기량 2000㏄ 이상 중형 자동차 보유,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해외여행 연간 1회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었다. 이 기준은 성공한 직장인의 상징이라는 연봉 1억원으로도 쉽지 않은 생활 수준이다. 중산층에 대한 공식 기준과 체감 기준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에서 일곱 번째 50-20클럽 국가가 되었다. 인구 5000만명 이상으로 1인당 소득 2만달러를 넘은 경제 선진국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다음 순서다. 이들 선진국의 중산층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할 것, 사회적인 약자를 도울 것,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것, 그리고 테이블에 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비평지가 놓여 있을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는 1969년 대통령을 지낸 조르주 퐁피두가 삶의 질 측면에서 중산층 기준을 제시했다.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약자를 돕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며,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어야 한다' 등이다. 영국은 옥스포드 대학의 제시 기준에 따르면,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불의·불평·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등이다.

물질적인 것으로만 따지는 우리의 중산층 기준과 선진국들의 그것이 확연히 다르다. 이런 기준이면 한국인 중 어느 정도가 중산층일까. 많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연봉 1억원 이상의 직장인 숫자보다 적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경제적 성취와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다. 50여년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한 덕분에 경제적 부, 정치적 민주화 수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다. 그러나 사회문화적 수준에 대한 합의는 아직 부족하다. 대한민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는 배고프다'는 얘기를 되풀이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한민국 중산층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수준이 좋을까. 가족 및 친지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할 것, 스포츠, 독서, 영화, 공연 등 문화생활을 지속적으로 즐길 것, 사회의 안정과 진보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것, 불의·불법·부당함에 행동으로 대처할 것,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나눔 활동에 참여할 것. 이 정도면 어떨까.

정진호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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