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쓰레기 처리 두고 '헌옷 수거상' 인기
정씨는 헌옷 수거상이 내놓은 저울 위에 끊임없이 물건을 올려놓았다. 헌옷류가 46㎏, 비철류는 6㎏가 나갔다. 자잘한 플라스틱류는 그냥 수거해주기로 합의가 됐다. 한참이나 계속된 저울질 끝에 정씨의 수중에는 현금 2만7500원이 쥐어졌다.
'헌옷 수거상'들이 뜨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권에서 활동 중인 헌옷 수거상들은 약 400~5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절반 가까이가 불과 1년 사이에 늘어난 신규 사업자다. 이들은 방문수거는 물론 값이 나가지 않는 쓰레기 처리까지 도맡으면서 주부들의 재활용쓰레기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이날 정씨 가족의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해 간 원성호(33)씨는 "고물상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직접 방문해 어차피 버릴 물건들을 돈주고 치워주니 다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재활용 처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B업체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이 일을 시작한 지 1년가량 됐다는 원씨는 "서울, 경기권에서 주로 활동하지만 대전을 비롯한 전국에서 문의전화가 온다. 그만큼 홍보도 많이 했고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도 제법 났다"고 말했다.
원씨가 방문하는 가정에서는 평균 20~30㎏의 헌옷이 나온다. 이 옷들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400평 규모의 창고에서 4명의 직원들이 종류와 상태별로 분류한다. 분류가 끝나면 고철, 종이류는 기존의 고물상들에게 넘기고 헌옷류는 수출만 전담하는 중간업자들에게 되판다.
원씨는 "수거한 옷들 중 5%가량만 쓸모있다고 보면 된다"며 "나머지는 분류와 세탁작업을 거쳐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로 전량 수출한다. 필리핀에서는 중고 이불이 잘 팔리고 아프리카에서는 여성 상의속옷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두드러지게 활동 중인 헌옷 수거상 중 온라인에서 제법 유명세를 지닌 김모씨의 말도 다르지 않다. 2년째 수거 일을 해오고 있는 그는 "이쪽 분야가 최근 몇 년 새 급속히 팽창했다"며 "기존의 고물상보다 고객의 편의를 더 많이 생각한 점이 인기 요인인 것 같다"고 평했다.
돈주고 버려야 하는 물건을 공짜로 수거해주는데다 재활용 물건의 경우 현금까지 받을 수 있으니 고객 입장에서는 1석2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쓰레기를 직접 처리해야했던 주부들의 수고를 덜어준 점이 특히 어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5~6명의 수거상들이 활동 중인 C업체의 직원 최모씨는 "하루 동안 적게는 20~30통, 많게는 80여통 가까이 문의전화를 받는다"며 "심지어 택배로 물건을 보내오겠다며 값을 쳐달라는 분들도 계실만큼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 직거래 수거상의 증가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아파트,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공개입찰로 선정한 기존 업체들이다.
도봉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일대일 거래로 헌옷 수거상에게 물건을 판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단독주택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공공주택에서는 계약된 업체가 있는만큼 갈등요인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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