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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행서 희귀본 병풍·설탄 인물도 경매나온다

최종수정 2012.11.30 11:00 기사입력 2012.11.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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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행서8곡병, 소동파 시 외 병풍,123.5×41.5cm

추사 김정희, 행서8곡병, 소동파 시 외 병풍,123.5×41.5cm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경매장에서 만난 청년추사

(표묘영구수묵선) 옛날 이성李成은 수묵화의 신선,
(부공출몰유무간) 허공에 출몰해 있는 듯 없는 듯.
(이래일변풍류잔) 그동안 한번 변하여 풍류가 다했으니,
(구견장군착색산) 왕선이 채색으로 올린 산수화를 누가 보겠는가.
조선시대 대표 문인 추사 김정희가 조금 흘겨 쓴 서체 '행서'로 쓴 소동파의 시 '왕진경소장착색산'이다. 이 글씨가 포함된 여덟수 시가 담긴 병풍이 경매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추사 김정희의 '행서8곡병'이다. 추사의 서체 중 으뜸으로 뽑는 행서로 쓰인 병풍은 현재 공개된 작품이 많지 않아 더욱 주목된다. 당시 금과 은을 넣어 만든 고급 닥종이 위에 당·송나라 시대의 시들이 수놓아져 있는 이 작품이다.

조선 최고의 가문에서 태어난 추사 김정희 선생은 노년의 10여년에 가까운 세월을 귀양살이와 병마로 시름하며 불계공졸(잘되고 못되고를 꾀하지 않음)의 예술관을 잉태시켰다. 시대를 초월한 파격미와 실사구시의 정신을 글과 그림으로 승화시킨 천재 예술가로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이번에 나온 병풍은 추사 김정희가 청년시절 아버지를 따라 연경에 가서 만난 담계 옹방강과의 인연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옹방강은 중국 청대의 서예가·문학가·금석학자다. 생원시에 막 합격한 김정희는 사신으로 연경에 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 나선다. 이미 청나라의 최신 책을 두루 읽고, 그림에 몰두했던 그였다. 연경에서 그는 꼭 옹방강을 만나고 싶었다. 자신의 서재에 옹방강의 글씨를 수집해 놓고, 옹방강을 존경한다는 의미로 '보담재(寶覃齋)'란 당호(堂號)까지 붙였다. 옹방강이 소동파를 존경해 자신의 서재를 '보소재(寶蘇齋)'라 이름 짓고, 이를 모방해 추사는 옹방강을 사모해 '보담재'로 이름붙인 것이다. 더불어 보담재는 김정희의 숱한 명호(名號) 중 하나기도 하다. 어렵사리 옹방강을 만난고 귀국한 추사는 편지를 통해 청나라 학자들과 교류했다. 옹방강과는 그가 죽기 전까지 9년 동안 편지를 통해 가르침을 받을 정도였다.
고재식 마이아트옥션 이사는 "최근 경기침체로 특히 고미술분야는 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좀처럼 나타나질 못하지만, 옛 미술은 늘 스토리텔링이 숨어있는 요소가 구석구석 녹아있다"며 "이 작품은 추사의 스승 그리고 옛 문인들의 시와 글씨의 향기가 가득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서8곡병'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 소장가가 출품한 것으로 추정가는 1억2000만~2억원대다.

이외에도 설탄의 '인물도', 호작도, 분청사기도 함께 경매에 출품된다. 설탄 한시각은 조선중기의 화가로, 아버지부터 형제들까지 가족들이 모두 화원출신이다. 그 역시 화원으로 도화서의 교수를 지냈다. 1655년 통신사행의 수행화원으로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는데 이번에 나온 작품에는 그 영향을 받은 선풍(仙風)이 느껴진다. 간략한 선으로 인물을 단순하게 처리하지만 세련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추정가는 7000만~1억원 수준.

호작도에는 사악한 것을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미로 호랑이 한 마리와 함께 기쁨을 나타내는 까치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벽사초복(?邪招福)이다. 거침없이 강렬한 필치가 화면 속에 펼쳐지는 작자미상의 이 작품은 역동적으로 솟아오른 소나무, 섬세하고 세밀하게 표현된 호랑이와 까치의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회화성을 짓게 보여주는 조선 후기 민화다. 일본에서 환수된 이 작품은 상태 또한 최적이다. 추정가는 4500만원~6000만원 수준.

이들 작품들은 다음달 5일까지 프리뷰 전시를 거쳐 다음날인 6일 오후 5시 서울 인사동 마이아트옥션에서 경매에 들어간다. 문의 02-735-9938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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