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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이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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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방송콘텐츠 불법유통 근절을 위해 ‘아름 Down’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른 다운로드를 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방통위는 남이 공들여 만든 콘텐츠를 훔치지 않는 정직한 사람을 ‘아름답다’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또 어떤 사람들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단순히 외모가 예쁘장하거나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정답도 없는 우문(愚問)에 사로잡혀 고민하다가 그냥 시간이 흘렀다.
얼마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현 명지대 교수)의 KAIST문화기술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강의를 듣고는 무릎을 쳤다. ‘아름다운 사람’은 바로 오랜 기간 ‘장인(匠人)적 수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퍼뜩 뇌리를 스쳤던 것이다. 강연 요지는 이러했다.

“아무리 모방과 추종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추사(秋史) 김정희의 글씨체는 예외다. 김정희 선생은 자기 팔뚝 아래 300여개 비문의 글씨체를 완전히 외울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익힌 게 아니라 손으로 쓰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이기에 ‘팔뚝아래’라는 표현을 썼다. 여러 대가(大家)들의 장점을 완전히 소화해 자기만의 독특한 글씨체를 만들어냈기에 ‘법도를 떠나지 않으면서 또한 법도에 구속받지 않았다’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이것이 바로 고전에 들어가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입고출신(入古出新)’의 경지다. 추사체는 이처럼 각고의 수련 끝에 탄생한 것이기에 함부로 흉내내서는 안된다.”

사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우리사회 곳곳에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아름다운 사람’들이 적지 않다. 들국화의 가수 전인권만 해도 그렇다. 고함치듯 질러대는 특유의 창법 너머에는 장인의 고뇌가 숨어있다. 그는 2000장에 이르는 레코드판을 매일 들으며 피나는 노력을 거듭한 끝에 자기 나름의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샤우팅 창법을 만들어냈다.
당대의 씨름선수 이만기(현 인제대 교수)의 퇴장에도 장인의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천하장사, 백두장사를 수년간 휩쓸던 그는 정상에 있을 때 명예롭게 은퇴하려다 돌연 그 생각을 접는다. 자기야 박수칠 때 떠나면 그만이지만 스타가 빠진 씨름판은 더욱 썰렁해져 관중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란다.

그는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후배에게 천하장사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무려 2년간이나 씨름판을 떠나지 못한 채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만기선수의 자기희생적 장인정신은 ‘패배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18대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후보 가운데 진정으로 장인적 수련을 거친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통치의 예술’이라는 정치의 장(場)에서 각 분야의 장인들을 두루 그리고 고루 기용할 수 있는 혜안과 정치·경제·사회를 아우르는 총체적 판단력을 갖춘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자신을 18대 대통령감이라고 외치는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글씨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하고 절차탁마하면서 최고 경지에 올랐다. 가수 전인권, 씨름선수 이만기 등도 자신의 고유영역에서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늘 고민하면서 뼈를 깎는 노력을 다했을 터이다.

그렇다면 국가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그대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도대체 언제부터 국민을 생각했으며,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지를 고민해왔는가?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실천을 해왔는가? 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후보라야 비로소 ‘아름다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 한걸음 나아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이름을 남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국민 대통령’으로 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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