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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법 사금융行 부추기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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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과도한 빚, 고통의 시작입니다." "과도한 빚은 당신에게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담배갑의 경고문을 연상시키는 이처럼 살벌한 문구가 다음달부터 대부업체 광고에 필수적으로 삽입된다. 과도한 빚의 위험을 알리고 경각심을 준다는 취지로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안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은 그다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광고를 할 주체인 국내 상위 대부업체(러시앤캐시, 원캐싱, 미즈사랑, 산와머니 등)가 비슷한 시기에 모두 영업정지되는 탓이다. 이들 업체는 법정 상한금리(39%) 이상을 부당하게 수취했다는 이유로 다음달 5일부터 일체의 영업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

당국의 '경고문구' 처분이 희석되는 이유는 또 있다. '○○론' '○○○머니' 등으로 광고하며 사실상 대부업과 유사한 영업을 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이 같은 의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업법'이 아닌 '저축은행법'이 적용되므로 경고문구에 대한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정책적인 모순은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여신'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상호금융업체 등은 각각 다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재를 받고 있다. 일례로 법정 상한금리를 넘어선 이자를 초과 수취하면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캐피탈사 등은 시정명령이나 상황조치 정도의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대부업체는 단 1회만 적발돼도 영업정지로 직행한다. 지점(영업점)을 설립할 때도 각기 다른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대부업체는 '금융회사'로 인정되지 않아 금융당국이 아닌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는다는 것도 역차별의 요인이 된다. 대부업체의 본사가 어느 구에 있느냐에 따라가 감독 주체도 각기 다르다.
당국은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의 명목으로 '서민 이자부담 경감'을 내세운다. 그렇다면 감독의 칼날을 특정 업권에만 겨눠선 안 된다. 사실상 동일한 실질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저축은행과 여전사 등을 공통적으로 향해야 한다. 당국이 균형감각을 잃고 헤매는 동안 서민들은 벼랑끝에서 불법 사금융을 향한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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