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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피터팬 증후군에 신음하는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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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피터팬' 이름 석자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다. 작은 몸집에 하늘을 날아다니며 모험을 즐기는 스토리는 동심(童心)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국 작가 제임스 배리가 1902년 집필한 이후 영화, 만화, 뮤지컬에서 숱하게 다뤄진 원동력이다.

피터팬은 그러나 반사회학적인 이미지도 갖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이다. 나이를 먹었는데도 성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피하고 어린이처럼 마냥 보호받기를 원하는 심리. 이같은 사회 부적응자가 늘어나는 것은 세상이 날로 각박해지는 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게 공론이다.
대중소간 동반성장이 화두로 떠오른 산업계에서도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다. 생명체인 기업은 무릇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성장을 거부한다.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정부로부터 받던 수많은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기업(22%)에 비해 턱없이 낮은 법인세(11%), 상속 증여세 면제 등.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대기업이 되고 싶지 않은 160가지 이유'라는 글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 때 받던 지원혜택 160개가 사라지고 대기업 규제만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중견기업을 하겠느냐"고 일침을 놨다.

그 결과 한국의 기업 규모 분포는 밑이 넓고 허리가 가는 첨탑형 구조로 굳어졌다. 대기업 비중이 낮고 중견 기업층은 얇으며 소기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대희 중약 소과(大稀 中弱 小過)'다.
인구 1만 명 당 소기업(종업원 50인 미만 기준) 수를 계산해보면 한국은 9.7개로 일본(5.8)과 독일(7.1)보다 많다. 반면 인구 1만명 당 대기업(종업원 500인 이상 기준) 수는 0.07개로 일본(0.14)의 2분의1, 독일(0.21)의 3분의1에 불과하다.

비정상적인 구조를 경고하는 또 다른 데이터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94년 중소 제조업체 5만6472개 중 10년 후인 2003년 말 종업원 300인 이상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는 75개(0.1%)에 불과하다.

IBK 경제연구소가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응답 기업인의 55%는 사업 축소나 외형확대 포기 등의 방법으로 중소기업에 남기 위해 노력한다고 답했다. 능력이 있고 성장의 기회가 있어도 기업을 키우지 않겠다는 얘기다. 바로 산업계의 피터팬 증후군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헛다리만 긁는다.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며 연일 대기업을 난타한다. 대중소 동반성장,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구호도 요란하다. 물론 문어발식 사업확장 등 대기업이 책임질 일도 있지만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보호한다'는 단편적이고 왜곡된 정책 기조가 더 큰 문제다. 병의 뿌리를 그대로 둔채 곁가지(대기업)만 건드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산업계의 피터팬 증후군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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