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전세시장 불안이 가을 이사철에만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는 데 있다. 근본적인 처방이 없을 경우 전세난이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현재 공급이 달리는 것은 전세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다. 최근 전셋값이 많이 오른 것은 아파트이지 도시형 생활주택과 같은 다가구·다세대주택이 아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아파트 전셋값은 12.1% 올랐지만 단독주택은 3.4%, 연립주택은 5.8%로 물가 상승률(8월 기준 5.3%)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수요자는 아파트 전세를 원하는 데도 정부는 다세대 주택이나 오피스텔 공급 확대에 치중하는 대책을 꺼내들기 일쑤다.
둘째 지금은 매매용 주택이 모자란 게 아니라 임대용 주택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매매용 주택이 부족하다면 현재 7만가구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를 설명하기 어렵다. 전세난은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전세 공급자)은 줄어드는 반면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전세 수요자)은 늘어나는, 즉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야기된 측면이 많다. 주택만 늘린다고 전세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세 수요자 입장에서도 집값 추가 하락 기대감에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도 전세를 얻어려는 경향이 강하다. 수요는 많은 데 물건이 부족하면 가격이 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대책은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땜질대책에 헛발질까지 하고 있으나 답답한 뿐이다.
건설부동산부 조철현 차장 cho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