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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김동수의 '완장', 관치만능주의는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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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김동수의 '완장', 관치만능주의는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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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1981년도 윤흥길이 쓴 소설 '완장'은 전라북도 한 마을의 저수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마을에는 '널금저수지'가 있었다.

저수지는 마을의 논농사에 물을 대주는 귀중한 수원이었으며 살림살이 어려운 이들은 여기서 잡은 민물고기로 밥상에 매운탕 한 냄비라도 끓여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땅 투기로 돈을 번 최 사장이 저수지 사용권을 따낸 후 동내 한량 임종술을 관리인으로 앉히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임종술은 팔뚝에 노란 완장을 차고 저수지의 관리인이란 위명 하에 점차 사람들을 통제하고 그 위에 군림하면서 서서히 권력욕에 함몰돼 간다.

해학과 풍자가 넘쳐나는 소설 '완장'은 촌극에 가까운 아이러니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한줄 한줄 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권력에 의한 통제와 폭력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완장이 대변하고 있는 것은 권력 만능주의다. 군사정권을 지나면서 이 나라에는 상명하복의 지휘체계 아래 마치 군대의 제식훈련처럼 일사분란하게 상부의 명(命)에 따르면 모든 것에 해결된다는 낡은 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가 시작 된지도 한참 됐지만 정부 관료들은 여전히 지금도 '명령'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전근대적 '관치 만능주의'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달 초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놓고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윽박'지른 것은 마치 유신시대로 되돌아간듯한 관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김 위원장의 고결한 사명감은 충분히 이해한다. 소설속의 주인공 임종술이 그랬듯 공정거래위원장이란 완장을 차고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투영시켜 놓고 보면 거대 유통 기업들의 수수료 정책은 '명령'으로 바로잡아야하는 부정처럼 보였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관치에 의한 성공사례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 '보호하되 통제하지 않는다'는 미국식 시장주의를 신봉하면서 그 위에 덧씌운 프레임은 관치이다 보니 업계와 소비자들이 혼란 속에 빠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유통업체들의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사실 어느 정도 있어왔다. 공정위가 이를 바로 잡고 싶었다면 완장 차고 나서서 CEO들을 불러다 '군기'를 잡을 것이 아니라 업계의 자율적 가이드라인이 먼저 나올 수 있도록 기회를 줬어야 했다.

공정위가 호통만 치면 해결될 것이란 관치 만능주의적 발상으로 개입하다 보니 결국 알맹이는 없고 업계는 불만이고 중소기업들은 답답해하는 해프닝이 되고 만 것이다.

김동수 위원장의 관치(官:벼슬 관 治:다스릴 치)가 관치 (官:벼슬 관 痴:어리석을 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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