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뮤지컬 '렌트'의 신화는 계속된다 - All about RENT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뮤지컬 '렌트'의 신화는 계속된다 - All about RENT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시작은 이랬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생생한 자신의 진짜 이야기로 근사한 뮤지컬 작품을 한 편 만들겠다는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의 욕망이 시발점이었다.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그는 뉴욕의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이스트 빌리지의 5층 다락방으로 이사했다. 낮에는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밤에는 작품을 구상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다양한 성격과 배경의 친구들과 함께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동시에 희망과 꿈을 가지고 살아갔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사건이 그에게 일어났다. 여자 친구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기도 했으며, 후천성면역결핍증(이하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모임에 참석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고든과 알리, 팸 등 에이즈 환자 친구들의 안타까운 사망도 목격해야만 했다.

여기서 조나단 라슨은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꿈과 사랑ㆍ좌절을 담은 푸치니의 1896년 작 오페라 '라 보엠'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예술을 창조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재탄생 시키는 것. 12년 동안 공연되며 미국에서만 무려 375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 브로드웨이의 대표 뮤지컬 '렌트 Rent'는 바로 이렇게 세상에 나올 채비를 마쳤다.
뮤지컬 '렌트'의 신화는 계속된다 - All about RENT 원본보기 아이콘

오는 10월 9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렌트'(제작_신시뮤지컬컴퍼니)는 20세기 후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마약ㆍ동성애ㆍ트랜스젠더ㆍ에이즈 등 당시 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던 여러 요소들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끌어온 작품이다. 당시 큰 사회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내러티브도 파격적이었지만 음악 구성도 신선하고 발칙했다. 고전적인 내러티브와 권선징악, '이지 리스닝'의 스코어와 노래가 대세던 199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렌트'는 현대 젊은이들의 상징인 록과 리듬앤블루스ㆍ탱고ㆍ발라드ㆍ가스펠 등의 다양한 음악 장르를 작은 오페라인 '오페레타 Operetta' 형식으로 섞어냈다.

뮤지컬 '렌트'의 신화는 계속된다 - All about RENT 원본보기 아이콘

공교롭게도 지난 7년 동안 '렌트'의 모든 것을 창조해낸 조나단 라슨은 공연을 하루 앞둔 1996년 1월 25일 대동맥 혈전으로 사망했다. 그의 드라마 같은 인생을 담아낸 유작이 된 '렌트'는 그 다음날부터 '오프 브로드웨이'의 150석 남짓한 작은 극장에서 처음 관객을 맞았다. ('오프 브로드웨이 Off Broadway'는 뉴욕 브로드웨이 외곽에 퍼져 있는 300석 미만의 객석을 가진 소극장군(群)을 가리키는 말로, 브로드웨이의 상업적 연극에 반발해 시작된 새로운 연극의 경향을 뜻한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공연 3개월 만에 브로드웨이의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되기에 이른다. 그 해 '렌트'는 미국 뮤지컬 계의 아카데미상 격인 토니상(Tony Awards)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ㆍ음악상ㆍ각본상ㆍ남우조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 이후 2008년 9월 7일까지 12년 동안 '렌트'는 평균 95% 이상의 유료 객석 점유율을 유지하며 통산 7번째로 오래 공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왕좌에 올랐다. 2005년에는 아담 파스칼, 안소니 랩 등 오리지널 뮤지컬 멤버들이 출연하는 크리스 컬럼버스 감독('나홀로집에' '해리포터') 연출의 영화로 크로스 오버 되기도 했으며,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 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됐다.
뮤지컬 '렌트'의 신화는 계속된다 - All about RENT 원본보기 아이콘

브로드웨이에서는 더 이상 '렌트'의 흥겨움을 경험할 수 없지만, 그 바이러스는 이미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어디선가는 꼭 '렌트'가 공연 중이며, 현재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는 초연 버전을 연출했던 마이클 그레이프에 의해 소극장 버전의 '렌트'가 다시 올려지고 있다. 오늘만 있을 뿐, 내일은 없다. 뮤지컬 '렌트'는 죽지 않는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전국 32개 의대 모집인원 확정…1550명 안팎 증원 [포토] 서울대병원·세브란스, 오늘 외래·수술 '셧다운' "스티커 하나에 10만원"…현금 걸린 보물찾기 유행

    #국내이슈

  • "韓은 부국, 방위비 대가 치러야"…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한 트럼프 밖은 손흥민 안은 아스널…앙숙 유니폼 겹쳐입은 축구팬 뭇매 머스크 베이징 찾자마자…테슬라, 中데이터 안전검사 통과

    #해외이슈

  • 캐릭터룸·테마파크까지…'키즈 바캉스' 최적지는 이곳 [포토] 붐비는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포토PICK

  •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기아 EV9, 세계 3대 디자인상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