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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 협력은 불안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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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상황 대비 사회안전망 필요
다양한 의견 듣는 융합문화 중요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강도 9.0으로 기록된 3ㆍ11 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은 아직 그 정확한 실체가 파악되지 않을 만큼 막대하다. 지진에 의해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의 파괴력은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또한 수십만명의 일본 주민이 자연의 거대한 '횡포' 앞에 눈물을 흘리며 갑작스레 닥친 불행에 괴로워하고 있다. 특히 지진 피해를 입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일부 누출된 방사능에 의한 지속적인 피해 가능성은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번 일본 대지진은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 모든 기구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하는 천재지변이다. 다양한 목소리와 처방을 한데 묶어 조절하는 장치가 그 언제보다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의 대참사를 통해 촉발 가능한 개연성에 대한 다양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돌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 분야의 긴급한 요청과 주장을 수용하고 조절하는 주체적 기구와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돌발 상황의 개연적 가능성에 대한 매뉴얼의 검토와 수정ㆍ보완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 가치로 인식돼야 하는 것은 진정한 협력과 융합의 마인드로 당면한 문제를 직시하고, 인식하며, 해결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1주년을 맞이한 천안함 사건을 포함해 사회의 안전망이라는 시각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접근은 매뉴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기에는 다양하고 상이한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자신들의 주장보다는 전체를 보려는, 협력과 융합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융합과 협력문화의 사례는 자칫 공허한 원칙론이나 명제에 그치고 말 수도 있다. 이는 문화적 토대로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상대를 신뢰하고, 각자의 역할과 주장을 되짚어 생각할 수 있는 긍정적 성찰의 문화보다 일단 자신의 몫을 위한 합리화되고 정당화된 논리를 펼쳐야 하는 생존경쟁의 논리가 앞서는 까닭이다. 하지만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에 직면하면 '무한경쟁'으로 대표되는 생존경쟁의 구도는 그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일상적 삶의 가치라는 시각에서 '융합과 협력'의 문화적 토대를 구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일본 대지진 참사와 방사능 누출에 의한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짐에 따라 '내진설계'나 '원자로의 구조와 문제점', '식품의 위생과 안전' 등에 초점이 맞춰지며 흘러가는 경향이 보인다. 즉각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즉물적 특징이 아닐 수 없다.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 다양한 경로에 대한 본질적인 탐색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막연하게 주요 건물이나 시설 모두를 강력한 지진에 견딜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한다면 국가적 낭비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한반도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예측 가능하지 않은 범위에서의 사태는 사실상 '예고된 재난'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매번 다른 전문가들이 등장해 각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분석하기보다는 홍수와 가뭄, 지진과 쓰나미, 방사능 유출 및 식수 오염 등 다양한 재난의 가능성에 총체적 시스템으로서 접근하기 위한 범사회적 차원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종합화된 시각에서 '융합과 협력'의 문화적 풍토를 다지는 것이 시급하다. 내진설계와 원자로설계, 지진분석과 대비 등은 각 분야의 의견을 피력하는 불협화음이 아니라 한데 어우러져 조화로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합창단원의 지혜로 풀어내야 한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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