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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고용 패러다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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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월 대비 실업률 증가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4.8%로 전월의 3.6%에 비해 1.2%포인트가 늘어 조사 대상 22개 회원국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OECD는 이례적으로 한국의 실업률 급등은 일시적일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지만 현재의 고용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노동통계청에서 고용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만든 노동력 저활용 대체지표로 살펴봐도 경제활동인구에서 10%이상이 실업자 이거나 실업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조사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 문제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일자리 창출을 올 최대 화두로 삼고 지난 1월 첫 국가고용전략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매달 회의를 열고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 약발이 없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고용증대 세액을 공제하고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며 지자체가 경상경비와 행사비 등을 5% 절감해 3000억 원을 조성, 지역공동체 일자리 3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민간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출범시켜 매년 평균 4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2017년에는 현재 64%인 고용률을 선진국 수준인 72%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나 대기업의 고용유발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일자리 창출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로 역대 정부에서 일자리 정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그다지 탐탁하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는 집권 5년간 실업률을 6.8%에서 3.6%로 낮추고 취업자 수도 196만 명 늘렸으나 임시 일용직 근로자 비율이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됐으며 노무현 정부도 취업자가 138만 명 증가했지만 목표인 25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연간 7%의 경제성장으로 5년간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공약했지만 지난해에는 되레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사실상 실업자가 400만 명을 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가 성장하면 고용이 늘어난다는 생각부터 먼저 벗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수출주도형 경기 회복세에서는 고용의 회복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어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내수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릴 유인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또 네덜란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고용의 안정성 강화라는 결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명제를 절충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고임금과 경직된 노동시장,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던 네덜란드는 1982년 정부 지원 아래 노조는 자발적으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나설 것을 약속하는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하면서 일대 혁신을 꾀했다. 이어 '유연성과 안정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기업의 해고 규제를 완화라는 대신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대타협도 이뤄냈다.

우리가 지난해 추진했던 잡 셰일링도 정착시켜야 한다. 교대 근무조 확대와 단시간 근로제의 도입 등을 통해 고용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도입 초기 근로자는 일시적으로 근무시간이 줄어 수입이 줄고 기업은 추가 인건비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정착되면 노사가 함께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이 될 수 있다.

이젠 단기적 대증처방 보다는 변화하는 경제구조에 따라 노동시장을 재점검하고 장기적이고 좋은 일자리 창출에 진력해야 한다. 또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선진국 수준의 고용시스템 도입 등 고용의 선순환구조 확립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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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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