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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하이파이브' 없고 '하이킥'만 있는 한국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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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기업들의 실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큰 인정을 받고 있다. 세계 최고층 높이의 건물 공사나 가장 빠른 공기 내 플랜트 완공을 통해 발주자에게 가치를 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인지도와 달리 국내에서는 부패.부실의 대표적 집단으로 몰리고 있다.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해외든 국내든 기업체는 예외 없이 동일하다. 다만 시장과 건설 서비스의 수요자인 발주자는 다르다. 3각축에서 1축은 동일함에 비해 2개축이 다르다. 그렇다면 동일한 축보다 다른 2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변하지 않는 1개축은 시장과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야 생존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변하지 않는 축은 건설기업이며 다른 2축은 시장을 움직이는 발주제도와 이를 운용하는 발주자를 의미한다. 국내 공공공사의 발주제도와 발주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다.

'하이파이브'는 경기 혹은 일의 성공을 이끌어냈을 때 상대방과의 기쁨을 서로 나누는 맞장구다. 상대자가 있어야 하이파이브가 가능하다. 그런데 국내 공공공사에는 일방통행과 일방 조처만 있어 하이파이브 환경이 성립되지 않는다.

건물이나 교량을 건설하기 위해 발주자는 과거 경험과 시장 정보를 통해 추정가격을 산정한다. 문제는 발주자가 산정한 추정가격을 법에 의해 정부에서 지정한 특정기관이 반드시 심의를 하고 또 이 가격 이하로 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한 후 발주자에게 사후관리 책임을 맡기도록 되어 있다는 데 있다.

정부의 지정기관은 발주자가 추정한 가격을 삭감해야 하고 삭감된 가격을 또 저감시키기 위해 금액의 70%대에서 낙찰자를 결정함으로써 일방적인 승자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의뢰받은 기관은 당연히 국가로부터 존재의 타당성을 인정받게 되고 또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발주자 혹은 시장으로부터는 외면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승리를 공유할 수 있는 하이파이브 상대자가 없기 때문이다. 삭감된 예정가와 입찰을 통해 저감된 금액만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특정기관은 경쟁 상대가 없는 일방통행 방식 유지 유혹을 강하게 받는다.

그런데 삭감된 주문가격이 공사과정을 거쳐 준공되는 시점에 달하면 계약가를 초과한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공공공사의 90% 이상이 그렇다. 발주자가 추정한 1000억원의 예정가격이 입찰을 통해 500억원으로 계약이 성사된 후 준공시점에 700억원으로 완공되었다고 가정하자. 선진국의 평가방식은 300억원 저감으로 나타난다. 국내 공공공사에서는 낙찰시점에는 500억원 저감으로, 그리고 준공시점에는 200억원 초과로 나타난다.

동일한 공사를 놓고서 낙찰시점의 평가와 준공시점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라진다. 90% 이상 거의 모든 공공공사가 유사한 패턴으로 가기 때문에 발주자와 건설업체는 언제나 '하이킥'의 대상이 된다. 이런 논리적 모순점을 그대로 둔 채 발주기관과 업체만을 비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구조임에 틀림없다.

발주자가 주문가격을 추정하는 것은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다. 주문가격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업체 몫이다. 주문자와 공급자 사이에 하이파이브 환경이 만들어져야 건설산업도 선진화될 수 있다. 주문자와 생산자 사이에 제3자를 강제 개입시킨다는 의미는 승자와 패자를 고착시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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