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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풍요해질수록 자연과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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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의 꽃예술과 조경이야기]

서울이 바뀌고 있다. 인사동, 대학로, 청담동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 듯한 느낌을 자주 갖게 된다.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시뻘건 간판 일색이던 서울 시내 가로변 풍경도 산뜻해지고 있다.

간판정비 사업 덕택이다. 입구에 자그마한 화단을 만든 가게들도 늘고 있고, 물레방아 지게 항아리 맷돌 망태기 등도 자주 눈에 띈다.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졌다고 할 수 있고, 이 같은 분위기를 선호하는 계층이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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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이후 주변 건물들도 새 단장을 많이 했다. 건물 주변 외양도 많이 정돈됐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그만큼 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커진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지금 자연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피폐한 국민들에게 나눠준 나무 한그루
독일 정부는 2차 대전 패전 이후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국민들에게 나무 한 그루씩을 나눠줬다. 피폐해진 정서를 순화시키기 위한 묘책으로 도심녹화를 선택한 것이다.
오랜 전쟁으로 가족이나 친지, 주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잃었던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정신적인 위안이 절실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큰 힘이 되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오늘의 경제 대국을 이룬 초석이 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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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나무를 뒤뜰에 심고 정성을 다해 길렀다. 자식을 기르듯 틈날 때마다 따스한 손길을 더했고, 인간의 정성을 느낀 나무와 화초들은 푸르름과 번창함으로 화답했다. 마음의 상처도 하나둘 치유되기 시작했다.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몸소 체험을 했고, 가꾼 만큼 더 큰 기쁨을 준다는 교훈을 피부로 느꼈다.
영국도 산업혁명으로 경제적인 부를 이룩했지만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석탄재는 도시전체를 시꺼멓게 오염시켰다. 길거리는 아황산가스로 뒤덮였고,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에는 시커먼 먼지가 수북이 쌓이기 일쑤였다. 뒤늦게야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녹화사업을 전개한 영국은 지금 화훼 선진국으로 발전했다.
#자연을 아는 아이들은 정서가 안정되고 강하다 힘과 강인함은 안정된 정서에서 나온다. 심성이 거친 사람은 언뜻 보기에 세상 풍파를 다 헤쳐나갈 것 같지만 마음이 결코 강하지 않다. 한 순간은 강한 폭발력을 낼 수 있다. 겉 모습은 빈틈이 없지만 속이 상처와 고통으로 꽉 차있다면 쉬이 지치게 된다. 지속성과 꾸준함은 자연으로부터 전해 받은 에너지에서 나온다. 영재교육이니 해외캠프니 다들 부산한 모습이지만 정작 신경을
쓸 것은 자연 친화적인 학습이다. 우리 아이들의 정서를 곱고 아름답게 키워주자. 그러면 더욱 여유롭고 강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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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화초와 나무의 성장 모습을 잘 관찰하고 자연이 주는 무한한 힘에 감동을 받은 아이들은 누구보다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으로 어려움에 맞서 문제를 직접 해결한다. 어릴 때부터 고함과 싸움 소리를 자주 접한 아이들은 커서 어른이 돼도 자그마한 소리에도 잘 놀랜다. 정서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안정된 정서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거만하지 않다. 남에게 위압감을 주면서 뽐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자연의 겸양과 품격을 체득하게 된다.

식물을 기르다 보면 다음날 어떤 모습으로 변할 지 호기심이 유발된다. 조그맣게 꽃을 피우는 고추는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이 커지고 이내 고추를 매단다.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세차게 불게 되면 내가 기른 화초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책임감이 생긴다. 작은 나뭇가지로 버팀목을 해주면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잘 자란다는 사실을 알면서 위기 대처능력도 발달한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식물을 보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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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식물을 심을 때 작은 것은 앞쪽에, 큰 것은 뒤쪽에 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식물 배치와 공간 구성 등 창의력도 계발된다. 또 봉숭아는 봉숭아끼리 메리골드는 메리골드끼리 무리를 지어 심는 게 보기에도 좋고, 생육에도 좋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매일 사랑을 반복할 때에만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어른들에게 어릴 적 추억을 말하라고 하면 좋은 옷에, 좋은 반찬에,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에 살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외를 잘 받았다느니, 궁핍함 없이 살았다는 것은 아련한 추억이 아니라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다 하더라도 친구들과 뒷동산에서 뛰어 놀았다는 얘기, 시냇가에서 송사리와 다슬기를 잡았던 일들이 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릴 적 소담스런 추억이 많은 아이들의 정서는 풍요롭다. 부드러우면서 풍성한 마음을 가졌기에 웬만한 상처는 스스로 극복해낸다.



송광섭 기자 songbir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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