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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칼럼] 리더십 부재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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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대치 20일 만에 어렵사리 합의를 이끌어 냈다. 주요 쟁점법안의 처리 시한과 방법을 정한 미봉책이지만 일단 국회가 정상화돼 시급한 경제관련 법안 처리는 가능케 됐다.

그러나 국회가 이번에 보여준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과 참담함을 그대로였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여당 단독으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상정함으로서 촉발된 '폭력국회'의 오명은 국제 사회로부터 망신살을 샀고 여야 모두 리더십 부재를 확연히 드러냈다.

172석의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초반 85개 법안을 일괄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며 '경제 살리기 법안'이란 미명아래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에 나섰고 급기야 단독 상정의 우를 범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와는 사전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상정을 추진했다고 하니 당 지도력에 이미 구멍이 뚫린 셈이다. 또 협상 과정에서도 강경 대응과 대화 사이를 오가며 격론을 벌리다 계파간의 갈등 양상마저 노출했다.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다며 사퇴까지 요구하는 등 국회의장과 당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대화와 협상보다는 속전속결의 조급함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는 거의 반년 만에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쟁점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한나라당 지도부를 신랄하게 질타해 파문을 일으켰다. 청와대가 85개 법안을 모두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 천명하고 나선 마당에 박 전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서 청와대와의 전면 대립도 불사하는 분위기다. 계파간 갈등만이 있을 뿐 지도력도 단합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역시 12일간의 국회 본회의장 농성을 철수하면서 'MB법안'을 막아냈다고 회견까지 하였으나 리더십 부재는 매한가지였다. 대화를 거부하고 의사당을 점거한 것은 누구에게 물어도 잘못된 일이다. 수적 열세를 폭력에 의존하는 것은 국민 뜻을 헤아리고 받들어야 하는 의원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한나라당이 계속 악수를 두고 있는데도 민주당의 지지도가 상승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야의 무기력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다. 이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비상경제정부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녹색뉴딜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 기대 속에 정권이 출범했으나 초반부터 내각 인사파문에 미국산 수입쇠고기 파동까지 겹치면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경제팀 잦은 실책을 감싸안기 급급한 나머지 국민이 바라는 인적 쇄신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공직자의 머슴론'을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봉사할 것을 주문했다. 또 국민과 국가의 대전제아래 통합적 정책을 펼칠 것도 다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립적 가치로 표출됐고 국회에서 계류돼 있는 일부 쟁점법안들도 특정 계층을 위한 입법으로 치부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정치적 정책적 리더십이 국민들에게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릲국회만 도와주면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릳고 강조했다.

리더십은 국회를 압박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돌린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줘야 한다. 폭넓은 소통으로 그들을 설득해 잃었던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 '리더십 부재 1년'을 통렬히 반성하고 다시 초심에서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것만이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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