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 마동석과 '감성' 유해진…조연에서 주연으로 '현찢남(현실을 찢고 나온 남자)'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수줍은 성격…단단함 속에 감춰진 부드러움 물씬
'베테랑' '부산행' 마동석 반전의 매력‥꼼꼼한 촬영 준비·의견 개진 적극 참여
'타짜' '해적…' 등서 코믹연기 유해진‥촬영장서 철두철미한 배역 분석 유명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우락부락한 생김새와 달리 수줍음을 많이 탄다. 행동도 섬세하고 감성적이다. 영화에서 나타난 강인한 인상과 영 딴판이다. 이 매력을 카메라 앞에서 발산하기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다. 배우 마동석과 유해진이다. 단단함 속에 감춰진 부드러움으로 충무로의 블루칩이 됐다.
강렬한 인상만으로는 상업영화에서 주연을 따낼 수 없다. 흥행을 보증할 인기가 필요하다. 마동석은 1341만4009명을 동원한 '베테랑(2015년)'에 아트박스 사장으로 출연해 인지도가 올라갔다. 출연 분량은 불과 30초. 하지만 덩치에 안 맞는 아기자기한 문구점 사장이라는 설정이 정의로운 대사와 어우러져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 연기는 '부산행(2016년)'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맨손으로 좀비들을 때려잡으며 사람들을 구해내는 모습이 관객 1156만5479명에게 짜릿한 희열을 제공했다. 아내 성경(정유미) 앞에서 꼼짝 못할 만큼 자상한 얼굴도 표현해 어떤 위험에서도 지켜줄 듯한 편안하고 푸근한 매력을 전했다.
끊임없는 준비와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다. 유해진은 촬영장에서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하다. 카메라의 슛이 들어가기 전에 늘 혼자 중얼거리는 시간을 가진다. 무리에 섞여 노는 대신 조용하게 대사를 몇 번이고 곱씹고, 혼잣말을 계속 하며 배역의 감정을 잡아간다.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감독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답을 구한다. 대부분이 납득이 가지 않는 행위나 대사들이다. 오버하는 코미디를 하더라도 개연성을 꼼꼼하게 따지며 배역의 일관된 흐름을 이어가려고 한다. 이런 고뇌는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속 차승원과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나영석 프로듀서는 "실생활에서도 페이소스나 인간적인 깊이를 뭉뚱그려서 웃음으로 표현하는 몇 안 되는 배우"라고 했다. 유해진은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다양한 광고에 출연하는 등 스타로 부상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삼시세끼 덕에 이룬 성과로 여기지 않는다. "완만하게 달려온 거죠.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밀어서 인기 폭이 넓어졌을 뿐이에요. 등산을 자주 하는데 어르신들까지 알아봐주시더라고요."
마동석 역시 촬영장에서 부산하게 움직인다. 자신의 대사와 지문도 점검하지만 동선, 화면 크기 등 촬영 장면의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의견을 낸다. 그는 작가 두 명과 '팀 고릴라'라는 그룹을 만들어 영화를 기획하고 있다. '범죄도시(2017년)', '원더풀 고스트(2018년 예정)', '곰탱이(2018년 예정)' 등이 그 성과물. 지난 1일 개봉한 '챔피언(2018년)'도 그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본 영화 '오버 더 톱(1987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마동석은 자신의 경험을 영화에 적극 반영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겪으며 힘들게 살았던 기억이다. "영화에서 마크가 이런 말을 한다. '내가 남보다 세다고 자랑하고 싶지도 않고, 자랑할 만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팔씨름을 통해 잘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증명해보고 싶다.' 너무나 하고 싶었던 말이다."
마동석의 왕성한 활동은 또 다른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포석에 가깝다. 투박함과 친근함이 공존하는 인상을 고수할 수도 있지만 맞춤옷에 가까운 시나리오로 차별성을 두기 때문이다. 기획 단계부터 능동적으로 참여해 연기하는 폭마저 넓히고 있다. 유해진은 시나리오를 선별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 한 달에 수십 편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배역보다 시나리오 전체의 완성도를 주의 깊게 살핀다. 그동안 표현해온 연기가 스크린에 다시 투영되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어떤 배역을 맡아도 다르게 그려낼 자신이 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레슬러'의 귀보만 해도 '럭키(2016년)'에서 표현한 코미디와 결이 다르다. 다정다감한 얼굴로 훈훈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긴 대사를 맛깔나게 풀어낸다. "비슷한 이미지를 계속 소비하는 게 아니에요. 그걸 이용하는 거죠. 앞으로도 친근하게 천천히 다가가고 싶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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