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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일자리 창출 ≠구조조정 중단

최종수정 2017.09.07 07:31 기사입력 2017.09.06 14:08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야드(조선소 작업 공간) 곳곳에서 장송곡이 울려 퍼지는데 어떻게 (기자를) 들여보냅니까?" 사석에서 만난 조선사 임원에게 현장에 갈 수 있냐고 물어보자 생각지도 못한 '해명'이 돌아왔다. 조선업을 담당한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야드에 가본 적은 두 번 뿐이다.

 

그것도 전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였다. 대우조선해양은 나랏돈을 받은 업보로 출입이 그나마 허용되지만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아니다. 업황이 어려워진 다음부터 문을 잠근 채 안을 숨기고 있다. 귀를 때리는 장송곡, 분노가 담긴 플래카드, 파업 구호를 외치는 직원들. 선주들에게 책 잡힐 이야기가 밖으로 새나가는 걸 회사도 원할 리 없다.

 

조선소에서 구조조정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지난달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청와대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 유일하게 재계 대표들 중 박수를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칭찬이 아니라 격려의 의미였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조선소 직원들이 많이 위축돼있다"며 "해양뿐 아니라 조선도 경기가 위축돼 있다. 제일 많이 발주될 때 8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화제는 곧 다른 기업인들의 투자ㆍ고용 창출로 돌아갔다. 구구절절 현실을 전한 최 회장이 박수를 받은 건 그 날 저녁 청와대 브리핑에서 소개된 에피소드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은 거북이 걸음이다. 조선사들은 지난해 구조조정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자구안(自救案)'이라고 불렀다. 살아남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사 대표들이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가져가 보고 한 뒤 "이 정도면 됐다"는 승인까지 받아야 할 정도였다.

 

현재까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절반 정도 자구안을 이행했다. 그러나 자산매각, 대규모 희망퇴직은 작년 일일 뿐이다.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초가 일감이 없어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거라는 데 이견은 없다. 현재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1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중공업은 생산직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계획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분사(分社)로 전체 직원 숫자를 줄이려고 했다. 그러나 작정만 했을 뿐 이행에 속도를 낼 기미가 없다.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처우개선은 조선사 고용 유지에 대한 '암묵적 압박'이나 다름없다.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할 망정 구조조정으로 이 분위기에 찬물을 뿌리긴 부담스럽다는 게 조선사들의 속사정이다.

 

"명퇴가 미래다"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실적 암흑기를 지나면서 입사 1년차 20대 직원들까지 퇴직 대상으로 내몬 것을 비꼰 표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그해에만 15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유명한 두산 슬로건은 다시 입 밖에 꺼낼 수도 없을 만큼 회사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회사 규모를 줄이고 체질을 개선한 이후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분기 깜짝실적을 거뒀다.

 

정부도 조선업을 살리겠다며 수주 시 금융 지원, 정부 선박 발주와 같은 대책을 내놓긴 했다. 그러나 세계 시황이 완전히 살아나지 않는 한 해외 수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조선사들의 일감이 갑자기 넘쳐 날 수는 없는 일이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업종별로 상황을 살피는 정책의 디테일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원하는 건 생존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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