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전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였다. 대우조선해양은 나랏돈을 받은 업보로 출입이 그나마 허용되지만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아니다. 업황이 어려워진 다음부터 문을 잠근 채 안을 숨기고 있다. 귀를 때리는 장송곡, 분노가 담긴 플래카드, 파업 구호를 외치는 직원들. 선주들에게 책 잡힐 이야기가 밖으로 새나가는 걸 회사도 원할 리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은 거북이 걸음이다. 조선사들은 지난해 구조조정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자구안(自救案)'이라고 불렀다. 살아남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사 대표들이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가져가 보고 한 뒤 "이 정도면 됐다"는 승인까지 받아야 할 정도였다.
현재까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절반 정도 자구안을 이행했다. 그러나 자산매각, 대규모 희망퇴직은 작년 일일 뿐이다.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초가 일감이 없어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거라는 데 이견은 없다. 현재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1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명퇴가 미래다"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실적 암흑기를 지나면서 입사 1년차 20대 직원들까지 퇴직 대상으로 내몬 것을 비꼰 표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그해에만 15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유명한 두산 슬로건은 다시 입 밖에 꺼낼 수도 없을 만큼 회사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회사 규모를 줄이고 체질을 개선한 이후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분기 깜짝실적을 거뒀다.
정부도 조선업을 살리겠다며 수주 시 금융 지원, 정부 선박 발주와 같은 대책을 내놓긴 했다. 그러나 세계 시황이 완전히 살아나지 않는 한 해외 수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조선사들의 일감이 갑자기 넘쳐 날 수는 없는 일이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업종별로 상황을 살피는 정책의 디테일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원하는 건 생존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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