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올 들어 서울옥션 주가가 반토막이 난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리포트 내용에 대한 보충설명을 요청하자 "리포트를 참고해달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한두 번 경험한 일은 아니지만 애널리스트의 '기업 눈치보기'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쓴 리포트에 대한 설명조차 기피할 때는 지나치다 싶다. 애널리스트의 가장 큰 걱정은 기업에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내놨다가 기업탐방이 막히는 등 기업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를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드는 것은 시가총액 220조원인 삼성전자든 시총 2200억원인 서울옥션이든 별다를 게 없다.
애널리스트의 '몸사리기'는 통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증권사가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하는 매도 리포트는 2014년 8건, 2015년 9건으로 전체 리포트 중 각각 0.03%, 0.04% 비중을 차지했다. 이마저도 줄어 올해 나온 매도 리포트는 9월말 현재 1건에 불과하다.
흔히들 애널리스트를 가리켜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한다. 자본시장에서 기업을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가치에 따라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의 무게가 막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애널리스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 회복이다. 언제까지나 과도한 업무 부담, 영업 압박, 열악해진 처우 등 환경 탓만 해서는 안된다. 상장사가 준 정보 받아쓰기, 타사 리포트 베끼기 등 그 동안 경쟁력 저하를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애널리스트들이 '자본시장의 꽃'이란 무거운 소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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