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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백년가게]"도자기 빚고, 담금질 하듯" 소갈비 47년 외길 '마산 화성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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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소매ㆍ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들 중 전문성, 제품ㆍ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을 가진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편집자주>

[한국의 백년가게]③창원 마산합포구 화성갈비
50년간 소갈비 한우물…손많이 가도 손님들 고마워
십수년째 가격인상 없어…갈비탕 등 곧 택배 배송 서비스도
화성갈비 사장 부부가 식당앞에서 직접 만든 갈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화성갈비 사장 부부가 식당앞에서 직접 만든 갈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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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합포(창원)=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갈비란게 재밌심니더. 손이 많이 가긴 해도 만들어 놓고 보면 억수로 먹기도 좋고 보기도 좋고. 이 매력에 빠져 뿌서 50년 동안 갈비한다 아입니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화성갈비의 남 사장(70)은 영락없는 경상도 아버지다. 투박한 말투에서 갈비와 식당,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졌다. 식당은 아내 김정순(70) 사장과 함께 운영한다.

일흔의 나이지만 양념갈비 만드는 일은 부부가 함께 하고 있다. 남 사장이 김해축산물공판장에서 소갈비를 직접 골라 사온다. 갈비대를 자르고 지방과 힘줄 등을 제거하고 양념에 재우는 일까지 부부의 몫이다. 소갈비를 재우는 날이면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소갈비 한짝의 무게가 보통 34㎏인데 지방과 힘줄 등 갈비에 필요없는 부위를 잘라내고 나면 20㎏가량으로 줄어든다. 이후 진간장과 참기름, 설탕 등을 넣고 만든 양념에 재운다. 갈비는 상온에서 3~6시간, 저온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를 보관한다. 이때 양념이 자연스럽게 배게 된다. 이후 냉동 보관을 해 손님 상에 오를 준비를 마친다. 남 사장은 "갈빗집 대부분이 갈비 만드는 작업을 외부에 위탁한다"며 "하지만 갈비집이라면 자기 식당만의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직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 사장이 직접 만드는 화성갈비의 양념갈비는 갈비에 깊이 밴 양념이 제맛을 냈다.

부부 사장이 직접 만드는 화성갈비의 양념갈비는 갈비에 깊이 밴 양념이 제맛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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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사장은 스무살 때 갈비에 사로잡혔다. 부산 해운대의 한 갈비식당에서 배운 갈비 조리 기술이 그를 사로잡았다. 당시 식당에서는 수십짝의 양념소갈비를 만들어 냈는데 남 사장은 마치 꽃이 핀 것 같이 장관이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남 사장은 "도자기를 빚고 쇳물을 담금질 하듯 갈비를 만든다"며 "내가 만든 갈비가 누군가에게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감동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곁에서 김정순 사장은 "내 남편이지만 정말 멋진 장인"이라고 치켜세웠다.

화성갈비는 1972년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수기로 기록하던 사업자 등록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공식 등록년도는 1976년으로 남아있지만 마산 창동(중성동)에 자리를 잡은 것은 이때다. 당시 마산은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정착하고 자유무역지역이 봉암동에 조성됐다. 섬유제조를 했던 한일합섬과 같은 기업이 공장을 세우면서 명동 부럽지않은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전국 7대도시로 불릴 만큼 거대도시로 성장했었다.
직접 발골에 나선 화성갈비 사장 부부

직접 발골에 나선 화성갈비 사장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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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사장은 "당시엔 하루에 소갈비 8짝이 나갈 만큼 장사가 잘 됐다"며 "추억이 어려있는 마산을 지키고 싶다. 옛맛을 기억하고 양념갈비와 갈비탕를 찾는 다른 지역 손님들이 많아 포장 배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일은 때론 고되고 지단할 듯 했다. 갈비를 만드는 것 뿐만아니라 숯불을 준비하고 불판을 닦아내는 일까지. 갈비전문 식당의 하루는 길었다. 하지만 두 부부 사장은 소갈비 1인분(300g)에 2만1000원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찾아주는 손님들이 고마워 가격을 십수년째 유지하고 있다"며 "인건비와 물가가 크게 올랐지만 직원들을 시간제로 쓰면서 되도록 가격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1층과 2층을 합쳐 120석인 식당을 운영하기가 버거울 법하지만 손님이 몰릴 때만 시간제로 일을 돕는 '아주머니팀'이 있다.

식당을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김정순 사장은 '쉽지 않은 길'을 걸어라고 조언했다. 그는 "쉽게 해서 잘 될 장사는 없고 품을 들인 만큼 손님들은 안다"며 "손님들을 얼렁뚱땅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 식당 운영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화성갈비는 올여름 냉면을 메뉴에서 제외시켰다. 무더운 날씨 탓에 연신 냄비를 들여다보고 저어 줘야 하는 면 삶는 일이 고행이었다. 김 사장은 "스스로 지치면 제대로된 면과 요리를 내놓지 못한다고 봤다"며 "한 번 온 손님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맛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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