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이 운영권 갖고 담배·검역품목 판매 제한…임대수익, 저소득층 지원 등 공익적 사용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연휴를 앞두고 출국길에 오른 여행객들이 면세구역을 이용하고 있다./영종도=강진형 기자aymsdream@
15년간의 논쟁 끝에 입국장 면세점이 빛을 보게 됐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45일만이다. 입국장 면세점 운영은 중소·중견기업이 맡게 되고, 담배와 검역대상 품목은 판매가 제한된다. 1인당 600달러인 면세액 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27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시내와 출국장 중심의 면세점만 운영되고 있어 출국할 때만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출국 시 구입한 면세품을 여행기간 동안 계속 휴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입국장 면세점이 개설되면 입국할 때 면세품을 살 수 있게 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1.2%가 여행 불편 해소 등을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정부는 내년 6월 인천공항을 시작으로 입국장 면세점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을 6개월 동안 시범 운영·평가한 후 김포, 대구 등 전국 주요공항에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입국장 면세점 운영권은 중소·중견기업에 한정해 제한 경쟁 입찰하고, 이들에게 특허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매장면적의 20% 이상을 중소·중견제품으로 구성하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 설치로 내국인의 해외소비를 국내로 전환해 여행수지 적자를 완화하고,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경쟁 중인 홍콩, 싱가포르 등 주변국의 국제공항은 일찌감치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해 여행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전 세계 88개국 333개 중 73개국, 149개 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운영 중이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했고, 중국은 2008년 베이징과 상해 공항을 시작으로 19개 공항에 허용한 상태다. 반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경우 테러 대응과 안보에 초점을 맞춰 공항을 운영하고 있어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을 놓고 15년간 논쟁을 거듭한 이유 중 하나는 공항 보안과 세관·검역 등에서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관·검역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고, 입국장 면세점 내 CCTV를 설치해 불법물품 전달 행위를 원격으로 실시간 감시할 계획이다. 또한 면세점 이용자 대상 통로를 별도로 운영해 해당 구역에서 세관·검역 합동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사업구역을 선정할 때 시간당 이용자수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입국장 혼잡문제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향후 정부는 세관, 검역, 출입국, 공항공사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해 입국장 면세점의 단계적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보완사항을 협의할 예정이다. 올해 12월까지 관세법 등 관련법률안은 개정하고, 연구용역 등을 통해 최적의 사업구역을 선정한다. 내년 3~5월에는 사업자 선정, 특허권 부여 등 실질적인 사업운영을 준비하고 6월부터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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