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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조항 무력화" vs "대체복무로 의무이행"…양심적 병역거부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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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병역법 88조와 예비군법 15조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 및 신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를 통해 종전 판결 변경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병역법 88조와 예비군법 15조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 및 신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를 통해 종전 판결 변경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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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종교적인 이유에 의한 병역 거부가 병역법에서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검찰과 양심적 거부자 측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검찰 측은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질병 등 객관적인 이유에 한정돼야 하고 신념이나 양심과 같은 주관적인 사유는 포함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심적 거부자 측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격의에 맞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깊고 확고하고 진실한 양심을 확인 받아 이들이 대체복무로 국가에 대한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3개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각 사건들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현역 및 예비군 훈련 소집에 불응해 유죄·무죄를 선고 받아 대법원에 계류 중인 것들이다.
당초 공개변론은 2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소송 당사자들의 한 치 양보도 없는 공방과 대법관들의 날카롭고 세심한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변론은 4시간 이상 진행됐다.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예정된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예정된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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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은 우선 병역 거부가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는 대상자가 입영 의지가 있음에도 불가피한 객관적 사유로 인해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를 구제하기 위한 것인 만큼 양심적 거부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종교나 양심 등 주관적 사유가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모든 형벌 조항이 주관적 사유를 이유로 무력화 될 위험이 있다"며 "나아가 주관적 사유가 인정되면 국가가 개인의 양심, 신념 등을 측정, 평가하고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입증 과정에서 오히려 개인의 양심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이 사건에서 혹시라도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이 나옴으로 인해 다른 한쪽이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선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는 국민이 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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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양심적 거부자 측은 "이들이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아니다"며 "다만 종교적 신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역과 관련된 국가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심적 거부자들과 현역 복무자들의) 형평성 문제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런데 메르스 사태나 각종 재난 상황을 보면 우리 사회에도 위험하고 힘들어 사람들이 가지 않는 영역이 있다. 대체복무를 형평성에 맞게 설계하면 국민들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 상황에서 어차피 병력 자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을 꼭 필요한 자리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할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국방력 약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는 기피자와 다르고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심적 거부자 측 변호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신념과 그걸 가지게 된 동기, 그간의 활동, 그런 활동에 얼마나 깊게 관여하고 있는지 등과 관련해 입증할 서류를 제출하고 증인의 진술 확보하거나 재판부의 심도 있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양심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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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변론에선 대법관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조희대 대법관은 변호인 측에 "현재 상황에서 군이 적을 사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경찰은 직무 집행 중에 총을 사용해 사상자를 낼 수 있다"며 "그런데 왜 군대만 거부하고 경찰 (거부) 이야기는 나오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어 "자기가 죽거나 다칠 우려가 있음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를 희생해 군에 가는 것이 양심적인 건지 아니면 적을 사살하지 않겠다고 군에 안 가는 것이 양심적인지 (의문)"이라며 "소수자 보호를 내세우는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헌법의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화 대법관은 검찰 측에 "(양심적 병역 거부로 인해)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국방력이 약화됐다는 실증적 자료는 없는 걸로 안다"며 "반면 양심적 거부자 중에선 아버지와 본인, 할아버지까지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형사 정책적 측면에서 봐도 예방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그동안 이 같은 종교, 양심적 병역 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법원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무죄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면서 대법원의 새로운 명확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지난 6월28일 헌법재판소가 법원을 향해 "대체복무제 도입 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대법원의 결정에 관심이 커졌다. 헌재는 내년 12월 31일까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해 정부는 관련 제도를 준비 중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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