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복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회담 뒤 곧바로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뿐 아니라, 정상회담 전 11일 전인 6월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났을 때도 같은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종전선언 서명을 먼저 요구한 쪽이 북한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것인지 여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시점을 명시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복스는 전했다. 종전선언은 북한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전문가들을 김 위원장이 계획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봤다. 더욱이 종전선언 체결은 북한의 전면 또는 부분 비핵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북한 내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정치적 방패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종전선언이나 어떠한 종류의 양보조차 얻어내지 못한 채 비핵화에 나선다면, 적에게 굴복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같은 일종의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종전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같은 선언이 이뤄질 경우 북한과 미국은 공식적으로 적대관계가 종식됐다고 말할 수는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을 얻어낼 경우 이후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 군부의 비판만큼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측 협상자들이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이후, 북·미협상에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잠깐 바깥에 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화를 요구했었다는 미국 관계자들의 전언 역시 이같은 정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복스는 전했다. 북한에서 보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바를, 폼페이오 장관이 지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서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복스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반대해서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먼저 종전선언 이후 북한이 정말로 비핵화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협상에서 북한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종전선언 이후 주한미군 철수가 논의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한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 비용상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덜컥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할 경우 동아시아에서의 미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어 종전선언에 주저한다는 것이다. 종선선언이 이뤄질 경우 주한미군 주둔 명분이 약해질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복스는 현재 협상과 관련해 북한이나 미국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회담은 결국 교착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의 대화 노력을 철회하고 군사적 옵션을 다시 검토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국무부는 이 같은 내용과 관련해 즉답을 하지 않았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전반적인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보다"고 말했다. 백악관 측은 이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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