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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아이 캔 스피크"

최종수정 2018.03.09 11:56 기사입력 2018.03.09 11:56

위안부 피해 이용수 할머니, 프랑스 의사당에서 참상 증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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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몸에서 피가 덩어리로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게 왜 그런지 몰랐어요. 임신이였나 봐요." 이용수(90) 할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프랑스 하원의사당에서 조아킴 손포르제 하원의원, 카트린 뒤마 상원의원, 장뱅상 플라세 전 국가혁신 장관 등을 만나 끔찍했던 참상을 증언했다. 열다섯 살에 300여 명의 군인이 탑승했던 해군함정에 강제로 끌려가 겪었던 가혹한 폭력과 인권유린의 기억이다. 군인들의 요구를 거부해 전기고문을 당한 사실을 꺼내놓으면서는 "이렇게 상세히 얘기하는 게 지금도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쏟았다. 고통의 증언은 통역을 거치기도 전에 프랑스 의원들에게 전해져 장내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이번 방문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도와온 양기대 광명시장과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한불 친선재단 '다리'를 설립해 활동하는 플라세 전 장관의 설득으로 이뤄졌다. 이 할머니는 고통스런 기억에 울먹이면서도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런 증언은 내 생명과도 같다"고 했다. "여성인권운동가로 평화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야 세상이 평화로워진다"고 강조했다.

뒤마 의원은 용기 있는 증언에 감사를 표하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널리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여러 동료 여성의원들에게 이 문제를 얘기하고 싶다"면서 "위안부 문제에 도움이 될 만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손포르제 의원은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진정성 있는 사과로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쟁에서 항상 피해자는 무고한 시민, 특히 약자인 여성과 아동들"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전쟁 가능성을 줄이려는 문재인 정부의 대화를 통한 긴장완화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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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는 2007년 7월 미국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HR121) 통과를 이끌어낸 사람이다. 미 의회 청문회에서 위안부 경험을 증언하던 모습은 지난해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할 만큼 몸이 쇠약해졌지만 여전히 각지를 찾아 일제의 잔악상을 고발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청와대 국빈 만찬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포옹도 나눴다. 이 할머니는 이날 하원 방문을 마치고서도 파리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목청껏 소리 지르며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은 것에 항의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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