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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교수 "이상의 '오감도' 난해해서 흥미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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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의 탄생' 출간…"연작시 '역단'·'위독'은 오감도 미발표작" 주장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한국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시인 이상의 문제작 '오감도(烏瞰圖)'가 탄생된 지 80주년이다. 1934년 7월24일부터 조선중앙일보에 매일 한 편씩 공개된 오감도는 내용과 형식의 난해함 때문에 줄곧 논란에 휩싸이다 15일 만에 중단됐다. 미발표작을 남기고 스물여덟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시인의 비운이 애달파서일까. 학계에서는 여전히 오감도의 시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재조명이 계속되고, 최근엔 '이상학회' 출범을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권영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본격적인 오감도 분석을 시도한 '오감도의 탄생'을 이달 출간하고, 1936년 공개된 이상의 연작시 '역단' 5수, '위독' 12수가 오감도 미발표작이라는 주장을 24일 내놨다.
그 근거로 역단의 경우 띄어쓰기와 행의 구분을 하지 않은 점, 공통적으로 '나'를 시적 대상으로 삼은 점 등을 꼽았고, 위독 또한 자아의 형상 자체를 시적 대상으로 삼아 다양한 해체를 시도한 점 등이 오감도의 방식과 맞닿아있다는 것을 들었다.

권 교수는 오감도 연작시들에 대해 기존의 틀을 다채로운 수단을 통해 해체하면서도 관통하는 시각의 일관성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건축용어 조감도(鳥瞰圖)에서 따온 오감도의 시적 상상력은 '한 마리의 새가 돼 하늘을 날 수 있을까'라는 공상의 명제에서 출발한다"며 "오감도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오감도에 대해 갖고 있는 이상의 자부심은 그 내용의 난해함만큼이나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불란서의 보들레르는 지금부터 백 년 전인 1850년에 '악의 꽃'을 발표해서 그 유명한 악마파 선언을 하지 않았소? (중략) 이번에 내 오감도는 악의 꽃에 필적할 세기적인 작품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해요."(조용만ㆍ'이상 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 중ㆍ문학사상 1987년 5월호)

권 교수는 오만으로 비치기까지 하는 이 같은 '자부'를 근거로 이상이 오감도의 후속편 발표를 포기하지 않았으리라 유추했다.

권 교수는 "오감도 첫 작품이 가장 먼 공중에서 바라보는 시점에서 출발한다면 위독 연작의 마지막 작품인 '자상'은 가장 가까운 자신을 들여다보는 내용이어서 수미 상통한다"며 "연작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시적 주체를 대상화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점도 이를 하나의 연작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근대문학의 태생적 후진성에 대한 자의식 극복을 위해서라도 이상이 보여준 창의적 성과에 대한 재조명과 부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학회 창립을 주도하는 신범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내달 예비모임을 거쳐 내년 초 학회 창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이상의 시들은 전체를 관통하는 동일한 궤도 위에 있어 유사성이 존재한다"면서도 이들을 하나로 묶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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